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엄마

by 소화 데레사

내가 태어나 보니 내가 사는 집은 마당 넓은 한옥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집에 대한 첫 기억은 라일락 향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 등에 업혀 마당에 내려서면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있었다.


내가 조금 큰 후에, 봄이 되면 피어나는 라일락 꽃의 향기라고 엄마께서 설명해 주기 전까지는 뭔지도 모른 채, 마당에서 풍겨 나는 그 향기를 좋아했었다.


마당 초입에 커다랗게 서 있는 나무 아래에서 맡았던 그 꽃향기는 봄마다 어디를 가던, 그 향기가 느껴지면 내 걸음을 멈추게 하는 정지 버튼이 되었다.


지금도 난 봄이 되면 라일락 꽃 향기를 뒤쫓곤 한다.


또 하나의 기억은 마당 한 구석에 있었던 물 긷는 펌프다.


마중물을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을 몇 번 해야 물이 나왔던 기억이 있다.


난 우물물을 길어 먹는 세대도 아니고, 수도가 없는 시골도 아니었는데, 엄마는 마당 한구석에 있는 펌프를 아주 오랫동안 없애지 않고 놔두셨다.


마당을 꾸며주는 나름의 장식이라고 생각하셨는지 그 물을 특별히 사용하지는 않으셨지만 물이 마르면 안 된다고 하시며 가끔씩 마중물을 넣어 펌프질 하시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1-2년에 한 번씩은 꼭 기와를 손 보셨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기와장이'를 불러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전화로 약속을 하면 며칠 후 아저씨들 몇 분이 오셔서 우리 집 지붕으로 올라가서 '수키와'가 어쩌고, '암키와'가 어쩌고 하면서 마치 사극에 나오는 홍길동이라도 되는 것 마냥 지붕 위를 걸어 다니셨다.


지붕 아래에 있는 사람하고 진흙 같은 것을 던져, 주고받으며 기와를 봐주시곤 했다.


이렇게 꽃 향기와 마당 한 구석의 펌프와 인상적인 작업은 내 가 살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 주는 하나의 모멘텀 이기도 하다.


이런 한옥의 생활은 세월이 흘러 흘러 변화를 겪게 되었으니, 지금은 마당의 라일락 나무도, 펌프도, 기와도 없고.

그 자리에 건물이 올라가 있다.


누군가 두껍이 한테 소원을 빌었는지, 멋스러웠던 한옥은 헌 집이 되고 그 자리에 올려진 건물은 새집이 된 것처럼 나의 어릴 적 추억을 담고 있던 그 집은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로 바뀌어서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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