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 대란이라니......

엄마

by 소화 데레사

몇 주 전 우리 아들이 어디서 들었는지 다음과 같이 내게 말했다.

"엄마,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곧 우리나라 쓰레기봉투가 귀해질 것이래요."

난 아주 당당하게 나의 평소 생활 습관대로 "걱정하지 마. 우리 집에 쓰레기봉투 넉넉하게 있어" 하고 그냥 다른 대화로 넘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정말 언론에서 쓰레기봉투 이야기가 슬슬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난 "에이, 설마 쓰레기봉투가 없어서 쓰레기를 못 버리겠어?" 하고 웃어넘겼다.




그리고 그다음 날 저녁을 먹고 주방 정리를 마친 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보니,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몇 장 안 남은 것이 보였다.

아차차......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생각을 못했네...

당장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사태가 오래가면 큰일이겠다 싶었다.

다음날 동네 슈퍼에 가서 장을 보고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려고 보니,

계산대 앞에 '종류에 상관없이 무조건 2장씩'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난 그것이 쓰레기봉투 판매 안내문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우리 집에는 일반 쓰레기봉투는 꽤 있으니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2장 달라고 했다. 제일 작은 사이즈로 달라고 하니, 2장에 100원이라고 한다.

우리 집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편도 아니고, 그때그때 버리려고 제일 작은 용량인 1.5L를 사서 쓰는데, 그것도 제대로 다 못 채우고 버리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그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이렇게 귀한 몸이 되었다니......

그날 이후 난 매일 슈퍼를 방문해서 1.5L짜리 음식물쓰레기봉투를 2장씩 사 모았다. 한 10장쯤 모여서 오늘은 슈퍼에 가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지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맘 같아서는 식구들 다 동원해서라도, 이전에 마스크 사듯이 매일 2장씩 사 오라고 시키고 싶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 착한 것 같다.


내가 금 모으기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가끔 계란이 조류 독감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가격이 치솟아 도, 기후 문제로 그해 그해 농작물의 가격이 올라도,

코로나 시절 마스크 구하느라 그 난리를 쳤어도,

지금처럼 남의 나라 전쟁으로 쓰레기봉투 사는 것이 어려워져도, 별 혼란 없이 다 잘 대처를 한다.

줄을 서서 사라면, 줄을 서서 사고,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 사재기를 안 하고......


난 쓰레기봉투가 없으면 쓰레기를 못 버린다고 생각하며, 걱정 걱정 하고 있었는데, 어떤 기자가 하는 말이 "쓰레기봉투란 정부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막말로 쓰레기봉투가 없으면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일반 봉투로 버려도 된다고 그 제도를 잠시 풀어 주면 되죠" 하는 것이었다.

그 후 지방 어느 지자체에서는 실제로 한시적으로 일반 봉투에 쓰레기를 버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렇다. 상횡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 사태가 불거지게 된 전쟁이 빨리 멈추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이 전쟁에서 생긴 수많은 사상자들은 누가 위로 하고 보상해 줄 것 인가.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고, 답답하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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