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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철 Jong Choi Oct 23. 2022

전략과 전술

세상을 여는 잡학

목적을 달성하고 갈등을 해소하여야 할 때 우리는 흔히 전략과 전술을 입에 담는다.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구사하여 해결하려는 것이다. 전략과 전술은 군사 용어다. 전략(Strategy)은 그리스어로 ‘장군의 전쟁술( Strategos)’에서 나온 말로 18세기 말부터 쓰이기 시작하였다. 그 차이는 규모나 관점으로 가릴 수 있다. 전략은 큰 틀로 잡는 계획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술은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세부적인 지침이자 기술이다. 전략의 범주에 들어가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결과물을 말하는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이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인원이나 자금을 동원할 규모, 시행 일정 등을 정한다. 전쟁에 임할 때면 정보 보안, 병력과 물자의 이동 방안, 기후 상황 등과 같은 실전적 요소도 전략으로 다루어야 한다. 전략이 수립되면 이것을 수행하는 핵심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전술이다. 전략이 단순하다면 전술은 다양성을 갖는다. 그렇기에 한 번 세운 전략은 변하기 어려워도 전술은 전략을 위하여 수시로 변할 수 있다. 전략도 중요하나 전술의 중요성은 그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술이 성공하여야 전략이 유지되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때그때에 맞는 효과적 전술을 만들어 내는 것,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마케도니아의 정복군주 알렉산더대왕. 그는 타고난 전쟁 전술의 대가였다. 사진 위키피디아

  

전쟁으로 해를 띄우고 지우던 고대 중원의 나라들은 살아남는 것이 곧 절체절명의 전략이었다. 그들은 그것을 위하여 시의적절한 권모술수, 즉 전술을 세웠다. 전국시대를 누볐던 주요 전술 중 하나가 합종연횡이었다. 오늘의 적은 내일의 친구가 될 수 있고 내일의 친구는 또다시 원수가 될 수 있었다. 의리나 대의보다는 그저 생존이 우선이었다.

동이의 나라들도 생존이라는 전략을 세우고 각종 전술을 구사하였다. 고고려는 6대 임금인 태조 임금 때 한나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수만 명의 선배 집단을 양성하였다. 엄연한 신분사회였음에도 귀천 구별 없이 우수 인재들이 등용되었다. 정부는 그들의 부양가족을 전적으로 책임져줌으로써 가족 부양의 짐을 덜어주는 대신 그들에게 사회 기간 시설 건설, 재해 복구, 전쟁 참여 등의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에만 종사하도록 하였다. 이 선배제도를 본받은 것이 신라에서 5백 년 후에 생겨난 화랑제도다. 신라는 화랑제도로 삼국을 통일하기까지 하였다. 고려 태조 왕건은 지역 호족들과의 혼인 정책으로 건국 기반을 다졌고, 4대 광종 임금은 중앙집권 국가로서의 틀을 잡기 위하여 유교를 국가경영체계의 기본으로 삼았다. 고려는 몽골 침략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졌을 때는 몽골의 사위 나라가 되는 것으로, 조선은 중원 국가를 사대하는 것으로 국가 존립을 모색하였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전술이었다.    


고고려 무용총 벽화 복원도. 왼쪽 두 명이 선배(일명 조의선인)다. 사진 baidu

 

한 나라의 멸망은 전술이 흐트러지는 것으로 기인한다. 고고려의 멸망은 전술 지휘를 맡은 지도 체제의 붕괴로 시작하였고, 백제는 전술 자체의 부재로 멸망하였다. 신라는 왕권 대신 호족 세력의 힘이 강해진 것과 함께 골품제도에 의한 국가 성장 동력 상실 등 총체적 전술 혼란으로 끝내 천 년 역사를 내려놓았다. 고려는 신흥 세력인 이성계를 신진사대부 집단에 빼앗긴 권문세족의 전술 부재로 역성혁명 당하였다. 조선은 일제의 강제 합병에 대항할 군사력 부재, 즉 군사적 전술이 약하여 무너졌다.

전쟁에서의 승패도 전술이 좌지우지한다. 을지문덕 강이식 양만춘 김유신 계백 양규 윤관 강감찬 김윤후 최무선 최영 이성계 정기룡 이순신 임경업 김좌진 홍범도 등은 전쟁에 임할 때마다 신출귀몰한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승리를 거두었지, 자신의 무력이 뛰어나서 승리를 취한 것 아니다. 대표적 전술가가 이순신이다. 그의 전략은 왜군을 한 명도 살려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혹여 많은 왜군 병력이 살아 돌아가면 훗날 그 병력으로 재침해 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지켜내기 위하여 학익진 원거리 포격으로 적의 기세와 전열을 무너뜨린 후 튼튼한 판옥선을 진격시켜 나약한 적선들을 충파(衝破) 수장하곤 하였다. 거북선은 이순신이 개발한 최고의 전술 작품이었다. 적진 한 가운데에 파고들어 적선을 깨뜨림은 물론이요, 달려드는 적선들은 사방으로 발사하는 화포로 궤멸시킬 수 있었다. 

천하 맹장도 전술 구사에 실패하면 패전의 맛을 볼 뿐이다. 신립이 조령 고개에서의 매복 전투를 피하고 탄금대 배수진으로 왜군에 맞섰다가 패배 끝에 자결하였고, 원균은 전투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원수 권율에게 매를 맞음에 그 분기로 무조건 적진에 뛰어들어 전선 70척 거북선 3척을 잃는 대패를 당한 후 춘원포에 상륙하여 도망하다가 왜군에게 붙잡혀 참살당하고 말았다.      


모름지기 장수는 승리할 수 없는 전쟁에는 군사를 진격시키지 않는다. 그것도 전술이다. 소국이 대국을 치는 것은 불가하다고 한 것이야 정치적 수사이겠으나, 농번기에 군사 동원하는 것과 장마철에 활의 아교가 풀어지고 군사들이 전염병 앓을 것 등을 우려하여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요동 정벌군을 회군한 것은 그 시점에 맞는 전술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자기 왕조를 세우는 것이 그의 전략이었을 것이고 위화도 회군이 전술이라 할 수도 있겠고.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 기계였던 이니그마(Enigna). 사진 위키피디아


전략 요소인 정보에는 수집 능력이라는 전술이 따른다. 홍해를 건넌 모세는 첨병 활용이라는 전술을 써서 가나안의 지리와 현지 현황을 살펴 가나안 정착을 성공시켰다. 명 황제는 신료들의 정보를 파악하는 금의위(錦衣衛)를 휘하에 두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였고, 임진왜란 때는 강화조약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금의위 소속 사세용을 오키나와를 거쳐 규슈에 잠입시켜 1년 동안 갖가지 정보를 취득하게 하였다. 조선 고종황제 직속 비밀 정보기관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를 두고 한양 주재 외국 공관원 동정을 살펴 그들의 대조선 전술과 정보를 탐지하였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은 독일군의 암호 체계인 이니그마(Enigma)를 해독하여 상대의 전술에 맞춤형 전술로 대응하였다.   

  

현재 동유럽을 달구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구권이 세운 ‘러시아 몰락’이라는 전략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전술 지렛대로 삼아 러시아의 위세를 누그러뜨리는 것, 우크라이나에 군비를 계속 지원하는 전술로 러시아를 장기소모전에 끌어들여 끝내 이류 변방 국가로 주저앉히려는 전략이 가동되고 있음을 눈감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것 역시 그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저네들 생존이라는 전략을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전술이다.


북한의 탄두미사일. 사진 YTN News TV 화면 갈무리


최근 북한의 핵무기 실험에 국내 우파정당이 미군의 전술핵무기 유치를 말하고 있다. 전술핵무기 유치 또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전술일 것이겠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나 그에 대항하는 전술핵무기 유치나 동급으로 수준 떨어지는 전술일 뿐이다.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 하였다. 그보다 한 수 위가 있다. 서로 대립하지 않는 전술로 상생 공동 발전한다는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가 그것이다.      


오늘날 전략과 전술 부재의 대한민국 국민은 좌우 진영 양극화에 파묻혀있다. 사진 연합뉴스 TV 화면 갈무리


국내 정치판에서는 두 정당의 이전투구가 갈수록 가관이다. 그들의 전략은 오로지 집권이다. 아무리 정당의 존재 가치가 집권이라 하더라도 국가 보위를 중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나, 그들에게 국가 보위는 후 순위이다. 전술은 상대 당 무너뜨리려는 왜곡과 부풀리기, 흑색 선동이다. 결국 답답한 국민이 들고 일어선다. 어느 한쪽이 정(正)으로 나서면 다른 쪽은 반(反)으로 맞서 진영 논리로 함몰시키고 만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정치가 목을 매고 있는 전략이자 전술이다. 동네 마트조차도 나름 전략 전술을 세우고 생존을 위하여 노력한다. 이 땅의 정치인들, 동네 마트에 들러 전략이 무엇이고 전술이 무엇인지부터 배우길 바란다.


최정철 / 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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