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냉담, 무감각(Apathy)한 인간들의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나아가 정신적인 관심을 유발하여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나이 스물다섯 때 도쿄 의대학부에 유학중이던 노신(魯迅)은 러시아를 도왔다는 죄목으로 일본군에 붙잡힌 중국인이 일본군의 군도에 잘려나가는 모습을 무감각하게 지켜보고 있던, 일체의 분노나 가치판단의 기색을 보이지 않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기록 사진으로 본 후 그 즉시 학교 생활을 접고 문예활동에 나선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것이 <아Q정전>이고 이것이 곧 중국인의 5.4운동에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 당시 아편으로 대변되는 중국인의 마비된, 무감각한 정신을 자극하였고 시대적 통찰에의 관심을 유발한 것이다.
구한말 제1세대 한국 유학생들은 귀국 후 이러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 단지 개인적인 저항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지 집단적 토착세력으로 자리잡지 못하였다. 어쩌다 집단이 형성되었어도 정치적 접근 양식에 머물렀다. 그로써 20세기 한국인은 한 세기에 걸친 공백사관을 겪어야 했다. 노신과 한국 유학생의 차이점은 '일체 순수한 인간 영혼에의 호소' 여부였다. 이 시대 예술인들은 모두 죽었다. 권력에 아첨하여 생존을 다투고 참예술 정신을 조롱할 뿐이다. 참예술을 지키려는 자에게는 혹독한 고립을 주고는 저네들끼리 모여 배부른 스미스가 되어 뜻도 모르는 잔치판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