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철 Jong Choi Jul 19. 2024

시골 마을에서 생겨난 세계적 축제, 프랑스 아비뇽 축제

#Stardoc.kr 최정철칼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축제와 함께 세계 양대 공연예술 축제로서의 위용을 자랑하는 프랑스 아비뇽 축제(Festival d’Avignon, France). 아비뇽 축제는 프랑스 남동부 보클뤼즈(Vaucluse) 주의 주도(州都), 인구 10만 명의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아비뇽에서 7월 중 3주간 개최되면서 매년 약 5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1947년 연출가이자 배우인 장 빌라르가 아비뇽 교황청의 안뜰, 쿠르도뇌르(Cour d’Honeur. 명예의 뜰)에서 일주일 동안 연극 세 편을 가지고 소규모 지방예술제를 연 것이 이 축제의 기원이다. 장 빌라르가 아비뇽 교황청 공간을 공연장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아비뇽축제 In 공연 장면. 사진출처=festival-avignon.com


프랑스 왕 필립 4세가 교황 클레망 5세의 교황권을 견제하기 위해 로마의 교황청을 아비뇽으로 옮긴 후(아비뇽 유수), 1309년부터 1377년까지 68년 동안 7명의 교황이 권좌를 계승하면서 아비뇽이 교황청 역할을 담당했던 역사가 있다. 장 빌라르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아비뇽의 지역적 가치를 내세움으로써 ‘공연예술의 지방화’를 주장한 것이다.


에든버러 축제가 정통성을 추구한다면 아비뇽 축제는 실험성을 추구한다. 축제는 <인(In, 공식)>과 <오프(Off, 비공식)>로 나뉘어 치러진다.


아비뇽축제 Off 공연 장면. 사진출처=festival-avignon.com


주최 측이 엄격하게 선별한 공연들로는 쿠르도뇌르를 비롯하여 아비뇽의 유서 깊은 실내 공연장과 야외무대에서 공연하는 <인>, 그 외 작품들로는 학교와 광장, 교회, 카페, 술집, 창고, 수녀원 등 일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펼쳐내는 <오프>로 나누는 것인데, <인>도 중요하지만 <오프>에는 주로 젊은 예술인들에게 개방함으로써 미래 아비뇽 축제의 주역 배출 기능이 여기에서 가동된다는 것을 주시해야 한다.


아비뇽 축제의 발전 양상을 보면, 초기에는 연극 중심으로 저변을 다지고 나서 1960년대 중반 무렵부터 춤과 뮤지컬, 현대 음악까지 장르 범위를 확대하면서 내공을 갖추었다. 최근에는 순수예술의 근간인 문학 분야의 시와 미술을, 나아가 발레, 드라마, 고전적인 콘서트, 영화, 비디오아트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종합예술제로 위용을 구축, 명실공히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제42회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개막식. 사진출처=한국연극협회


한국에는 대한민국연극제, 서울연극제, 창원국제공연예술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전주대사습놀이, 춘천마임축제, 거창국제연극제, 거창아시아1인극제, 의정부음악극축제 등 다양한 공연예술 축제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에는 분명 성공을 거두는 축제도 있으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축제도 있다. 그동안 충분한 연륜을 쌓아왔음에도 과연 ‘국제’적일까 싶을 정도로 여전히 규모가 작은 ‘국제’ 축제도 있다. 주최권을 놓고 지역 예술인 단체와 지자체 간 다툼을 벌이는 축제도 있다. 이런 걱정 저런 소음 없이 에든버러 축제나 아비뇽 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를 가질 능력이 과연 우리에게는 없는 것일까? 그보다도 더 고민할 점이 있다.


대한민국연극제용인(2024). 사진출처=ktf365.org


대한민국연극제가 근래 들어 해마다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되고 있다. 지역 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그래 봤자 결국은 개최 지역의 역사와 인문, 고유문화와의 접점이나 연결고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중앙 공연 문화의 지방 전시 순회’에 머물고 있다.


왜 창원에서 국제 공연예술 축제를 해야 하는지, 왜 평창 대관령에서 음악제를 해야 하는지, 왜 춘천에서 마임 축제를 해야 하는지, 왜 아비뇽 같은 시골 마을에서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가 탄생했는지, 그런 관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거창아시아1인극제(2024). 사진출처=amonodrama.modoo.at


여전히 ‘서울 중앙문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지역의 역사성, 지역의 인문성, 지역의 지리성, 지역의 문화성 등을 출중히 갖춘 전주대사습놀이와 거창아시아1인극제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지역 고유의 ‘지역성’을 든든하게 갖추어 드러낼 때, 지역에서 행해지는 공연예술 문화는 분명 우뚝 세워질 것이다. 지역이 곧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 알고들 있는데 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글=최정철 | 축제감독. 전 한국영상대학교 교수

출처 : 스타다큐(https://www.stardoc.kr)

https://www.stardoc.kr/news/articleView.html?idxno=259


작가의 이전글 축제는 거대성이 있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