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숙소라면 유리창은 있어야지

인도에서 얼어 죽는 줄 알았네

by 도가경


인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생각나는 것 세 가지를 꼽아라면 분명 기차 연착이 있을 거다.


바라나시에서 잔시로 가는 기차는 7시간 연착되었다.

두 자리 숫자가 아닌게 어디랴.

꼬박 20시간을 기차에서 여기가 잔시가 맞느냐 옆좌석 사람을 귀찮게 하였지만 짜증 한 번 없이 안내해 줌에 감사할 뿐이다.


우리 목적지는 잔시에서 릭샤타고 한참 들어간 작은 마을 오르차. 동화처럼 사랑스런 동네로 무려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가 있다는 말에 무작정 넘어왔다.


돌과 흙으로 빚은 동네였다.

햇빛 은은하게 닿은 모든 곳에 부드러운 노란빛이 돌았다.

성벽 구멍으로 앵무새가 드나들고, 염소와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바라나시 소들은 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먹었는데), 원숭이 두 마리가 돌담 위에서 서로 등을 골라주고 있었다.


오르차 쉬즈마할은 멋들어진 고성을 개조한 호텔이었다. 그렇지만 호텔 된장찌개보다 시골집 5천 원짜리 된장 정식이 훨씬 맛있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호텔 커리의 맛은 그저 그랬다. 인도에서 처음 만난 평화로움에 대한 값을 비싸게 지불하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황 씨가 찾아온 '인도에서 좋은 숙소 고르기' 기준엔 화장실 창문 유무 체크! 도 있었다.

그래야 습기와 냄새가 차지 않는다나.


호객꾼 따라 구경온 숙소 화장실엔 큼지막하고 깨끗한 창문이 높게 달려 있었고, 파란 하늘과 초록 나무 끄트머리가 보여 운치도 괜찮았다.


방도 굉장히 깨끗하고 큼지막한데 200 루피, 한화로 만원이면 된단다. 바구니 대신 진짜 샤워기도 달려 있었다.


오랜만에 찾은 편안함이라 그런지 자꾸만 이질감이 느껴지는 숙소에 짐을 풀었고, 밤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 이질감은 화장실 창문에 유리가 없음에서 오는 허전함이었음을.

정 서향 창문으로 바람이 술술 들어왔다. 'Anytime hot water' 이긴 했지만 정전이 되면 무용지물이었다. 오르차는 인도의 작은 마을. 대부분은 정전 상태이다. 가끔 운 좋게 온수가 나와도 펄펄 끓는 물이 쏟아지다가 1분 이내로 찬물로 바뀐다.


다음 숙소는 꼭 유리가 달렸는지 확인하겠다는 이상한 다짐을 하며 찬물에 덜덜 떨었다.

머리에 물을 묻히고, 샴푸를 짜는 사이 머리가 어는 행위의 반복이었지만 말이다.

오기전에 더울까봐 걱정했던 나라에서 진심으로 동사 위험을 겪은 우리는 결국 오르차 있는 내내 앓았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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