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

인도 선거날, 모든 식당이 문 닫았다

by 도가경


속까지 꽁꽁 언 우리가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은 종이곽에 담긴 사과 주스였다. 6개씩 한 묶음으로 파는데 들고 올 수 있을 만큼 숙소로 이고 지고 와서 밥 대신 마셨다.


하루는 시장 전체가 문을 닫아 망연자실했다. 한참 걷다 간신히 발견한 가게에서 주스를 살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오늘은 지방 선거가 있는 날이어 학교도, 가게도 쉬고 투표를 하러 간단다.

시장에서 숙소 오는 길엔 학교가 있었다. 투표소인지 길게 늘어선 줄, 투표 끝낸 남자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이야기 하는 와중 갈색 군복 군인이 어슬렁거렸다.


오르차 시장에서 5루피면 기름에 튀긴 간식 3조각을 얻는다. 마지막 날은 그래도 상태가 괜찮아 새벽 시장엘 갔다. 추운 이른 아침, 스위츠 3조각에 짜이, 이가 아리게 달기만 한 튀김이 마지막 식사였다.

전원 풍경 속 바오밥 나무가 유명한 작은 마을이었다. 굳이 그 시골마을까지 간 이유조차 잊고 있다가 한국에 와서야 그래, 오르차는 바오밥 나무를 보러갔었지를 기억해냈다.

끝이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니까 첫 날 동화 같은 풍경과 마지막 날 짜이 향기는 오르차를 좋은 도시로 남겼다.


말리기도 전에 얼어 버린 머리카락을 보고 같이 웃다가, 추위로 아프면 온 몸에 닭살이 돋고 피부가 까맣게 죽는단걸 몰랐다며 본인 모습을 신기해 하는, 핫팩 세개씩 넣은 침낭에서 배시시 웃던 친구가 있어 몽글했던 나흘.


오르차는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다음 목적지는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 3시간이면 도착하는 지근이다.

오후 4시 기차를 탔고, 저녁 8시에 아그라까지 5분 남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기적처럼 연착 없이 도착하는건가 싶었는데 갑자기 기차가 멈췄다.


기찻길 양 옆을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에워싸더니 기차문을 마구잡이로 두드려대는 것이 아닌가. 이후에는 기차를 두드리다 못해 흔들기까지 하는 폭주족에 안절부절 못하는 우리와 달리 기차 안 분위기는 사뭇 차분했다.


현지인들은 기차문과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태연하게 카드놀이를 하고, 밥도 시켜먹기 시작했다. 아그라를 5분 앞두고 2시간 반의 연착 끝에 밤 10시가 넘어 ‘아그라 포트역’에 도착했다. 여하튼 도착했으니 그만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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