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시로
거국은 풍경부터 달랐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로 4시간을 내달려도 고만고만한 풍경인데 이곳은 3시간만에 지형이 바뀌었다.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호수와 공원, 매끄러운 포장도로, 크게 자란 나무가 아름다운 우다이뿌를를 나서자 공기부터 훅 덥고 건조해진다.
땅에 납작 붙어 덤불과 구분가지 않는 나무들, 오로지 돌로만 이루어진 거대한 산, 온통 갈색인 메마른 초원이 펼쳐졌다.
여기부터는 소의 종류도 다르다.
우다이뿌르 소는 한국에서도 흔히 보는 누렁 황소였다.
초원은 뿔이 앞으로 구부러진 까만 소들이 돌을 밟고 서 있다. 수레를 끄는 동물도 말이 아닌 낙타이다.
사막도시 자이살메르를 가기 위해서는 조드뿌르를 거쳐야 한다. 버스 티켓을 파는 직원이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를 건내고 또박 또박한 한글로 ‘버스 넘버’ 라는 글자를 표 위에 써 주었다.
7시간이 걸리는 긴 버스 여행이라 누워서 갈 수 있는 슬리핑 좌석을 택했고, 서서 가는 사람이 복도까지 꽉 찼다. 시트를 한 번도 턴 적 없어 보이는 침대석은 쾌쾌한 냄새와 먼지가 진동을 했다. 절대 누울 수 없을거라 생각한 자리에서 푹 자고 일어났다.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길 그대로라 울퉁불퉁한 돌이 버스 안까지 전달되어 쉴새 없이 몸이 통통 튀고 흔들린다. 약한 사람은 버틸 수 없는 나라임을 델리에 이어 또 버스에서 느낀다.
‘김종욱 찾기’ 배경인 조드뿌르는 영화에서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단다. 아름다운 이 도시가 어땠냐고 가족들이 물었을 때 오믈렛, 영화관, 맥도날드 밖에 말해 줄 것이 없었다.
조드뿌르의 명물 시계탑 앞에는 길게 줄서 먹는 오믈렛 집이 있다. 인도의 계란은 새하얗고, 한국보다 더 고소하니 맛있다. 그 계란에 역시 새하얗고 고소한 인도 버터, 치즈를 듬뿍 넣어 주는 오믈렛이 별미여서 하루에 두 번이나 찾아갔다.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박적골에서 갓 송도로 넘어온 아이는 유리창에 겁을 먹는다.
「발 아래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졌다. 말로만 듣던 송도였다. 나는 탄성을 질렀다. 그때였다. 네모난 건물 한귀퉁이에서 눈부신 불덩이 같은 게 이글거리는 게 내 눈을 쏘았다. 여태껏 내가 본 어떤 빛하고도 달랐다. 나는 두려워하면서 엄마에게 매달렸다. 」
작은 마을 우다이뿌르에서 대도시로 나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전면 유리창의 쇼핑몰이었다.
도어맨이 문을 열어주고 맥도날드가 입점한 커다란 쇼핑몰은 사방이 번쩍이는 유리창으로 되어있다. 꼭대기 영화관에는 우다이뿌르와 다르게 영화가 3개나 상영되고 있었다. 하나는 미국 공포영화 ‘호스텔’, 우다이뿌르에서 단 하나 상영되던 절절한 로맨스 영화 ‘도비 가트’, 마지막은 가족 영화처럼 보였다.
반가운 바라나시 갠지스강을 배경으로 분홍, 빨강, 초록 등 온갖 색의 터번을 두른 남자들이 나오는 가족 영화가 맞았다. 2시간 반을 봤지만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보여 중간에 빠져나왔다.
밤 10시가 가까운 시간,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숙소로 걸어오는 도시 밤의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