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이뿌르 사람들

인도인의 친절과 배신

by 도가경



인도 상인 언변은 굉장하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 또는 관광 가이드처럼 다가와 쏟아내는 유려한 말 사이사이 추임새 ‘공짜야’, ‘순수한 선의’, ‘의심할게 무엇 있냐’는 결국 팁을 달라는 뜻 또는 물건을 강매하는 말이니 반어법에도 통달한 사람들이다.

루시케는 진짜'공짜'를 선물한 상인이었다.

세밀화를 가게 주인은 본인의 이름을 루시케라 소개했다. 마침 거래가 끝난 영국 손님 한 명은 나에게 루시케 칭찬을 한참 하고 사라졌다.

스스로를 세밀화 예술가라 칭하면서 내 손톱에 그림을 그려주겠단다. 공짜냐는 내 질문에 한숨 폭 쉬며 한국인들은 언제나 공짜 유무부터 묻는다며, 인도인들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단다.

이 걱정은 인도인들이 심어준 것인데!


엄지손톱에 장식까지 완벽한 파란색 코끼리 그림을 그려주고, 짜이 한 잔까지 대접해 주곤 전화 한 통 하고 오겠다고 사라진다.

그냥 나가도 되나 안절부절못하는 사이 돌아온 루시케가 부탁이 있단다. 역시나, 손톱 그림은 훌륭하니까 30루피 정도는 줄 생각으로 지갑을 꺼내려는 찰나 집에 일이 생겨서 가게 좀 봐 달라는 황당한 부탁이었다.

1시간 안에 돌아올 것이라고, 물건 구경 좀 하고 고객 응대좀 해달라며 허겁지겁 가게를 떠났다.

곧 어린 아들을 데리고 루시케가 돌아왔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데리고 왔단다.

횡단보도는 물론 교통 신호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나라이다.

사람이 지나가면 알아서 차가 느려지는지, 아니면 차가 느려질 때를 맞춰 알아서 길을 건너야 하는지 늘 아리송해하며 길을 건넌다. 그러다가 일이 났다.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채식 식당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신호등 길을 건너다 역주행하는 오토바이에 치였다. 다행히 사이드미러에 살짝 스친 정도지만 몸 전체가 튕겨나가면서 도로를 굴렀다. 일제히 모든 차들이 멈추어 섰고, 한국인 아저씨는 야!! 를 외치며 오토바이를 쫓아갔다. 오토바이는 골목길까지 역주행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넋이 나간 상태로 길바닥에 서 있는 날 근처 상점 주인이 가게로 데려가줬다. 언니들과 날 식당까지 자가용으로 태워준 따뜻함에 눈물이 주룩 났다.

끝이 좋으면 되었다. 길거리에서 날 감싸준 사람들, 식당까지 태워 준 인도인들이 또 오늘 인도를 미화한다.


M과 S언니가 우다이뿌르를 떠났다. 우리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남쪽 도시에서 푹 쉰 덕에 다시 북쪽으로 갈 용기가 생긴다. 다음 여행지는 사막 도시 자이살메르다.


마지막 간식으로 숙소 밑 가게에서 더블 크림 오레오를 샀다. 오늘은 웬일로 주인 대신 종업원이 있었고, 가게 주인이 120루피를 부르던 오레오를 90루피에 팔아 주었다.

그러니까 12일 동안 매일 30루피씩 바가지 당하고 있었던 거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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