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께 드리는 인사
힌디 사원에 발 딛기 전 종을 울린다.
신께 여기 왔음을 알리는 울림이다.
동네방네 아침을 알리는 북과 나팔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이면 은은한 종소리가 호수를 타고 넘어온다.
리드미컬하게 4박자로 떨어지는 종울림은 저녁 6시부터 땅거미가 짙게 깔리는 7시까지 이어져 가부좌 튼 승려들이 명상에 잠기곤 했다.
혼자 자주 찾는 명상 장소가 있었다. 하얀 사원 옆 작은 공간으로 초록 나무에 둘러 쌓여 숨겨진 장소에다가 물가도 손 뻗으면 닿이도록 가깝다.
오늘은 주황색 승려복을 입은 수도승이 나와있었다. 나마스떼 인사와 두어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종교가 없다고 말하려 했던 것을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뱉어버린 것. 수도승은 더 이상의 종교 이야기가 실례라고 생각하였는지 공손히 합장 인사 후 떠났다.
여행이 끝나면 영어 공부부터 제대로 하리라.
근처 보석상 남자아이 때문에 이 곳도 오래 가지 못했다. 내가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은은한 술 냄새를 풍기며 따라나와서 말을 걸었기 때문.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빨래터가 되었다.
일찌감치 샤워하고 아침 산책 삼아 빨래터에서 해를 쬐다 보면 머리카락도 금방 마른다.
동네 어머니들이 다 모이는 빨래터라 놀기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은 얼씬도 하지 못했다.
형형색색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거추장스러운 끝부분을 걷어 올리고 방망이로 힘차게 빨래를 두드린다. 종소리 못지않게 규칙적이어 듣기 좋은 것이다.
빨래터에서는 목욕하는 아이와 여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보수적인 것은 확실한데 대낮에 호수에서 남자고 여자고 목욕하는 것은 허용 되는 묘한 나라이다.
황 씨는 소니네 옥상에서 M언니의 한국 요리를 먹고 난 하누만 레스토랑 루프탑에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돌돌만 난 사이에 치즈를 끼워주는 치즈 난도 일품이고, 한 끼 식사만큼 비싸지만 온갖 토핑이 올라가 휘황찬란한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잘게 부순 비스킷, 브라우니를 올리고 초코 시럽을 듬뿍 뿌려줬다.
며칠 저녁으로 연달아 먹은 크림 스파게티도 있다. 길이가 짧뚱하고 살짝 퍼진 스파게티면은 일기 쓰며 천천히 즐기다간 완전 죽이 되어버려서 먹는 것에만 집중해야한다.
그래도 결국 숟가락으로 떠먹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는 맛이다. 한국보다 훨씬 고소하고 맛있는 흰 치즈를 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북히 갈아 얹어 준 덕이 컸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가장자리 좌석엔 길다란 소파를 두었다. 반쯤은 드러누운 자세로 저녁을 먹다 보면 종소리와 함께 노을이 시작되고, 이내 어둠이 우다이뿌르를 삼키면서 루프탑 조명이 하나 둘 켜진다. 후식으로 라씨를 시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