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축제와 시장 구경
1월 14일 아침.
동네 산책 겸 나섰건만 숙소 문을 두드리며 구걸하는 거지가 있었다. 인도 어느 길거리에나 동냥을 바라는 사람들이 앉아있었지만 대놓고 호텔을 찾아 온 적은 없었기에 흠칫했다. 빈 손으로 지나치는 사람마다 헬로!헬로!를 외치며 불러세우는 일도 처음이었다.
알고 보니 오늘은 축제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돈을 나누어 덕을 쌓는 일명 ‘거지축제’ 였다.
소니네 아이들도 할로윈 초콜릿 나눠주 듯 가게까지 찾아온 이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간식을 나누어 주었다. 약을 사러 들린 궁전 길목에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쭉 줄 지어 앉아 관광객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평소엔 곤봉이 무서운 인도 경찰 두어명이 있었지만 저지하지 않았다.
다리 끝에는 다리가 없는 구걸꾼이 항상 앉아있었다. 평소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그였는데 오늘은 인도 여성마다 그에게 무언가를 건내준다. 나는 가장 어려보이는 아이에게 마살라맛 현지 과자를 주었다. 애기가 짓는 파한 미소에 더블 크림 오레오를 미리 사둘걸 후회했다.
숙소와 우다이뿌르 시장이 멀지 않아 자주 들렀다. 전자 저울 대신 추를 달아 무게를 재고, 우리가 그 무게를 직접 기억해두었다가 계산해야 하는 재미가 있었다. 생긴건 브로콜리와 비슷하지만 훨씬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컬리 플라워를 산다. 힌두어로 ‘알루’라고 발음하는 감자는 한국보다 훨씬 크다. 알루 커리가 가게마다 있는 이유가 있었다.
옥수수는 껍질과 수염을 전혀 제거하지 않고 팔아서 1kg를 사도 2개밖에 안준다.
‘무’는 힌두어로는 ‘문리’라고 하는데 한국 무보다 길쭉하고 무른편이어 대량으로 김치 담아 두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라씨를 만드는 ‘커드’도 이 시장에서 살 수 있다. 꼭 순두부처럼 생긴 하얀 덩어리를 비닐 봉지에 담아준다. 커드, 설탕, 바나나를 믹서기에 넣고 갈면 내가 매일 먹는 바나나 라씨 완성이다.
평화로운 마을이지만 남몰래 마시는 술과 마약도 있다.
조만간 ‘마약방’이 다시 오픈할거라는 소식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들려왔다. 도처에 자그마한 사원이 흩뿌려진 인도는 관리가 허술한 사원도 많다. 쥐가 많고 쥐 잡아먹는 뱀도 우글우글해 ‘뱀사원’으로 불리는 장소는 으슥한 저녁 동네 남자아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자주 가는 곳이랬다. 마약방 이야기는 ‘뱀사원’ 멤버 중 하나가 초대랍시고 몰래 알려준 정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