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행 기차
출국이 며칠 남지 않았다.
조드뿌르를 거쳐 델리까지 다시 먼 길을 가야한다.
마지막 기차인 만큼 작은 사치를 부려 SL 클래스 대신 3A 좌석을 택했다. 이전에 한 번 타 보았을 때처럼 유리창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음을 차단하고, 난방 덕에 훈훈한 공기, 아이폰과 맥북을 쓰는 승객들 사이 도난을 걱정하기는 커녕 꾀죄죄한 우리 행색이 적선이라도 받아야 할 그런 분위기를 기대했다. 기적적으로 기차가 5분 일찍 도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웬걸 SL클래스와 비슷한 정도로 낙후된 침대가 삐걱거렸다.
누워있는 얼굴 바로 옆으로 바퀴벌레가 뽈뽈뽈 기어다니는 야생의 기차를 만나버렸다.
그래도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은 여느때와 같았다.
슈퍼마리오를 꼭 닮아 동글동글한 얼굴, 갈색 콧수염, 갈색으로 반질반질한 피부의 인상 좋은 아저씨가 같은 좌석이었다.
델리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냐는 질문에 17시간 거리니까
1월 2일 오전 11시30분 도착 예정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를 주었고, 도착 1시간 전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바퀴벌레와 함께 숙면해버린 우릴 깨워주셨다.
인도 기차를 처음 탈 때만해도 3층 침대를 어설프게 올라가며 꺅꺅 소리도 내곤 했는데 이젠 현지인 만큼 익숙하게 올라갔다가 펄쩍 뛰어 내려온다. 이불과 베게 사이에 파묻혀 멍하니 창문만 보고 있는 사이 슈퍼마리오 아저씨가 조용히 우리 이부자리를 정리해주었다.
코인 티슈에 물을 묻혀 불린 다음 세수 대신 얼굴을 닦아냈다.
마지막 기차는 연착 없이, 10분이나 일찍 델리에 도착했다. 여태껏 기차 취소 2번, 기본 5시간이상 연착, 버스조차 2시간씩 연착되었었는데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이다.
딱 하나만 빼고.
델리에 내리고 나서야 기차표 원래 가격을 알았다. 두 장에 1700루피였다. 우리는 인당 천 루피씩 총 2000루피를 치렀었다.
마지막까지 기억할 추억을 남겨주는 인도 사기꾼의 정이 참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