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델리 적응기

델리 적응하기까지 꼬박 하루라 걸렸다.

by 도가경


이번 여행에서 번째로 들린 델리다.

세 번 모두 빠하르간지 숙소 My Inn을 찾았다.

조금 넉넉해진 마음으로 여태 구한 방 중 제일 비싼 600루피짜리 방을 빌렸다.

화장실은 깨끗하고, 옷걸이는 없지만 화질 흐린 LG 티비가 있다.

방마다 자꾸 하나씩은 부족한게 나오느냐 싶었다가 600루피를 한국 돈으로 환산해보면 1만8천원 남짓이다.

치킨 한 마리 값으로 방을 구하면서 인도에서는 왜 이렇게 속이 쓰린지 모르겠다.


숙소에서 세수만 하고 오레오를 사러 나왔다. 우다이뿌르에서 2주 동안 매일 먹던 간식을 조드뿌르, 자이살메르 있는 동안 먹지 못했더니 금단 증상이 생겼다. 델리는 수도인데도 크림이 두꺼운 더블 크림 오레오는 없고 납작한 일반 오레오뿐이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프랜차이즈 음식으로 델리를 즐겼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꽤 많은 여행자들이 인도 여행에서 델리를 가장 최악의 도시로 꼽았다고 한다. 적어도 오늘 하루 우리는 불만투성이었다.

더블크림 오레오조차 찾지 못한 이곳은 더이상 화려한 프랜차이즈의 도시가 아니었다.


‘카페 바리스타’는 가게 한 면 전체가 유리창인 제대로 차린 건물이다. 외관과 어울리게 코넛 플레이스 외곽에 우뚝 서 있는 ‘지반 바라티’ 빌딩 바로 맞은편에 위치해서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장인들도 많이 찾아 온다.


그럼에도 cake는 초코 케이크로만 달랑 2종류 있다. 인도의 치즈와 계란은 한국보다 훨씬 맛있는데도 치즈 케이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코넛 플레이스 중심에는 손님이 가득한 디저트 전문집이 있는데, 그 정도의 가게는 가야 먹을 수 있는 귀한 메뉴였다.


Melted swiss chocolate 이라는 핫초코를 주문했다. 진짜 스위스 초코렛을 녹인 제대로 된 핫초코렛을 기대했지만 그냥 swiss 코코아 가루를 탄 핫초코를 94루피에 먹었다.


쇼핑만 해도 그렇다. 같은 바지인데 다른 도시들보다 비싸고 흥정도 영 재미가 없다. 주인이 200이 부르고 내가 140을 외치면 okay! 대신 다음엔 친구도 데려와!라고 기분 좋게 흥정하는 시골 사람들은 여기 없다.

여행 초반 150 루피에 샀던 슬리퍼를 터무니 없는 가격으로 부르길래 흥정을 시도하니 표정부터 안좋아진다.

가격표도 없는 가게였는데.

가이드북에 따르면 적어도 ‘주 정부 특산물점’의 물건은 정품이라지만 상품 수준이 영 매력적이지 못하다.

175루피가 적힌 공책도 마찬가지다.

지금 쓰는 일기장도 우다이뿌르에서 100루피에 흥정했다.

‘맑은 노랑’이란 단어가 꼭 어울리게 예쁜 비단으로 겉을 감싸고 도톰한 한지 속지까지 노란 생화를 압화로 흩어둔 정성이 대단한 물건이다.

‘주 정부 특산물점’의 175루피짜리 공택은 그저 평범한 흰색 속지였다.


맑은 하늘의 사막 도시에서 갓 나온 여행객으로서 눈길 닿는 델리 모든 곳이 혼돈 그 자체였다.


릭샤 흥정에도 전에 없는 피곤함이 몰려온다.

올드 델리 기차역에서 여행자 거리까지 릭샤를 타야 했다.

이유 없이 울리는 경적들, 줄지어 마담을 외치는 릭샤꾼, 모두가 한 마음으로 뉴델리까지 200~300루피를 외친다. 세 번째 델리 방문이니까 당하지 않을거다.

기차역 밖에서 50루피로 오토 릭샤를 잡았다.







토요일 연재
이전 26화마지막 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