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홍시, 못난이 곶감
10월엔 대봉감을 따러 간다.
큰 아들이 태어난 해 할머니는 마당 귀퉁이에 작은 감나무를 심었다.
벌써 칠순을 넘긴 큰삼촌. 기억속 감나무는 언제나 그처럼 우람했다.
나무 꼭대기에 맺힌 열매 몇 알쯤 놀러오는 까치 몫으로 남겨 두는 정도가 우리 인내심의 끝이었다. 설익은 홍시부터 먹어치우느라 정작 잘 익은 대봉감 홍시는 몇 개 먹지 못했다.
홍시 단 맛이 아쉬워 껍질까지 박박 긁어 먹는 가을 막바지.
처마 밑 곶감이 검게 익는 시간.
100개 남짓한 곶감은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하기 마련이라 판매용 주홍색 대신 까만 곶감으로 말렸다.
베어무는 잇자국 모양 그대로 간직하게 속까지 쫀득히 말리고, 천연 설탕이 곰팡이처럼 하얗게 올라 붙으면 생긴건 요상해도 떫은 식감 하나 없이 꿀처럼 달콤한 흑곶감.
다가올 봄이 아쉬울 만큼 진득한 겨울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