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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오 Nov 30. 2021

B와 D 사이의 C

점심 메뉴부터 부업과 본업까지


오늘의 주제가 되는 카드는 소드 2번입니다.

두 가지 고민을 두고 끝없는 번뇌를 하는 주인공, 그게 제 처지 같아서요.


어제는 이 글을 쓸까, 아니면 드라이브를 다녀올까 하다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드라이브를 가게 된 과정도 꽤나 드라마틱합니다.

간만에 쉬는 날, 아침에 병원을 가야 해서 차를 끌고 병원을 가려다가 타이어가 펑크 났습니다. 예약시간까지는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아 황급히 집에 차를 세워두고 우선 병원을 다녀옵니다.

타이어 트레드가 얼마 남지 않아 겨울이 오면 타이어를 갈기로 짝꿍과 얘기를 했던 터라 짝꿍이 먼저 오늘 타이어도 갈고 타이어 가는 김에 돈 때문에 미뤄온 정비도 받자고 얘기했습니다. 6개월 할부로 결제하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타이어를 갈려고 가니 원래 제가 알고 갔던 가격보다 더 비싸서 30만원이 나갈게 44만원이 나가게 생겼습니다. 타이어 집 사장님이 성능은 더 좋지만 제작한지는 2년 됐고 20% 정도 사용한 수입타이어를 5만5천원에 주겠다고 제안을 하십니다. 가기 전부터 중고타이어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했던 저는 냉큼 그 제안을 수락한 뒤 열심히 그 타이어에 대해 찾아봅니다. 성능은 이렇고 장단점은 이렇고... 음 오케이.


차량 정비를 받으면서 예전에 현대 공식서비스센터에서 정비를 받으라고 했던 내용을 타이어 가게 사장님께 여쭤봅니다. 현대 서비스센터에서는 이거 정비 안 하면 조만간 브레이크가 안 잡혀서 길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듯이 얘기했는데 정작 타이어 가게 사장님은 그 정도로 심각한 게 아니라고 얘기해주십니다. 현대 서비스센터에서 그거 정비하라고 16만원 부르던데 돈을 이렇게 또 아꼈네요.


돈을 아끼니까 기분이 좋아져서 다른 카센터에 가서 받으려던 3종 오일 교환, 타이어 사면 받기를 권유하는 휠 얼라인먼트 (휠의 중심을 잡아주는 행위인 것 같습니다), 에어컨 필터 교환을 여쭤봤습니다. 변속기 오일은 상태가 깨끗해서 갈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십니다. 엔진오일과 브레이크 오일, 에어컨 필터를 교환하고 13만원을 더 썼습니다. 딱 아끼려던 돈이랑 얼추 가격이 들어맞네요. 휠 얼라인먼트랑 타이어 교체까지 하니 도합 38만원이 들어갔습니다. 시원하게 6개월 할부! 는 개뿔, 손을 발발 떨며 카드를 드립니다.


그래도 미뤄왔던 정비를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햇살은 밝고 타이어는 갈았고. 테스트 드라이빙을 해야 한다고 핑계를 대며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탑니다. 지금 빠르게 달려서 속초에서 맛있다는 물회를 먹고 오리라. 


신나게 달려 경기도를 막 빠져나가려 할 때쯤 아침도 안 먹고 이렇게 달렸다는 사실이 생각나네요. 가평휴게소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배부르게 먹으면 물회를 못 먹으니까 간단하게 간식만 먹어야지 하며 떡볶이를 삽니다. 떡볶이를 맛있게 먹다 보니 입이 터졌네요. 휴게소에서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본 사람은 없다는 맥반석 오징어를 사고 뭔가 좀 허전해서 가평잣이 들어간 호두과자도 사고 단거 짠 거 먹으려면 빠질 수 없겠다 싶어 커피도 사고. 이럴 거면 밥을 먹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쓴 돈은 2만원. 물회값이 2만2천원인데.. 주섬주섬 간식까지 먹으니 배가 불러옵니다. 물회 생각이 사라지네요. 물회도 안 먹는데 속초까지 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강원도 초입까지만 갔다가 차를 돌립니다. 


오는 길에 제가 활동하는 타로 사이트 담당 매니저님에게 연락이 옵니다. 

'선생님, 상담 시간이 ㅇ시간 미만이시네요.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을까요? 상담 시간 ㅇ시간 미만이면 상담사 목록에서 내려가는 거 알고 계시죠?' 


답장을 보내기 전 오만 가지 생각을 합니다. 타로 사이트에 처음 등록하면서 했던 다짐, 많이 오지 않는 손님, 생각보다 재미있고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어지는 현재 직장. 주업을 더 개발할지, 부업을 개발해서 주업으로 만들지. 무엇 하나 투명하지 않은 상황에 저는 다시 한번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적당히 발을 걸칠 것을 다짐하고 답장을 보냅니다. 

'선생님, 너무 죄송합니다. 11월에 새 직장에 들어가서 너무 바빴어요. 12월에는 조금 더 꾸준히 접속하겠습니다. 연말이니 더 힘내 볼게요.'


어제 반나절 동안 있었던 일에 최근 늘 하는 고민의 모든 게 다 담겨 있습니다. 매일마다 하는 '뭘 먹을까'부터 '사람에게 뭔가를 제공하고 그것으로 그 사람이 기쁨을 얻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러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까지. 


다시 한번 카드를 살펴보죠.



이 카드 속의 주인공에게 두 가지 선택지의 무게는 거의 비슷해 보입니다.

먼저 카드 안에서 보이는 칼의 길이가 똑같아 보입니다. 칼 끝이 얼마나 더 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카드 안에서 보기엔 그렇습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절반으로 나눠 왼쪽 오른쪽을 바라보면 무엇 하나 한 쪽이 월등히 나은 쪽이 없습니다. 오른쪽엔 달이 있고 산이 더 크지만 왼쪽은 바다 위에 떠있는 바위가 더 크고 수풀이 조금 더 무성하네요. 


언제쯤 저는 고민을 하나씩 털어낼 수 있을까요? 언제쯤 저는 선택지 중 하나를 미련 없이 선택할 수 있을까요? 그럴 날이 오긴 올까요?


오늘도 저는 제 눈에 씐 안대를 풀지 못하고 하염없이 고민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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