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나의 인생영화

by 혜이
k-좀비의 시작,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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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좀비는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적인 존재이기에 영화를 보며 좀비가 발생하게 된 원인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좀비 영화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월드워z>를 보고 나서부터였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엄청난 스케일과 창의적인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 후로부터 좀비가 나오는 영화에 완전 반해버렸다. 그래서 한국의 좀비 영화가 개봉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보았고 굉장히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본 한국의 좀비였지만 외국에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고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다른 좀비 영화와의 차별성도 있었고 <부산행>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요소도 있었기에 이를 칼럼으로 쓰고 싶었다. 이 때문에 이미 오래전에 개봉한 <부산행>을 넷플릭스에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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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영화의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배경 스케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스케일은 범위가 크다고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면서 설정한 범위를 얼마나 충실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스케일을 잘 살렸는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산행> 스케일 면에서 훌륭한 영화였다. 제목에 맞게 '기차'라는 배경을 완벽하게 활용한 것이 부산행의 가장 큰 특징이었고 성공적인 재난영화이자 좀비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부산행>은 기차 안에서의 상황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기차역까지 배경으로 활용하면서 기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면을 드러냈다. 또한 기차의 구조와 물건을 사용한 것도 눈여겨볼 수 있다. 좀비들을 막을 때 사용하는 기차 칸의 구획을 나눠주는 문과 화장실 칸, 좀비들을 피해 이동하기 위해 이용한 짐을 올려놓는 선반 등 사소해 보이는 구조들이지만 기차라는 배경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또한 비상시에 문의 유리를 깨기 위해 사용하는 망치를 사용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기차에 꼭 존재하는 도구를 이용한 것이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재난영화를 볼 때 배경에 큰 의미를 두는 나에게는 굉장히 중요했던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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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좀비'다. K-좀비의 시작이 된 <부산행>은 자신만의 특색 있는 좀비를 만들어냈다. <부산행>의 좀비는 변화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기억을 떠올린다. 수안(김수안)의 할머니는 좀비로 변화하면서 엄마만 찾는 수안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고 용석(김의성)은 어릴 적 집을 잃었던 때로 돌아간다. 석우(공유)는 신생아인 딸을 안았던 기억을 떠올린다. 이러한 기억의 선택의 기준이 뭘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냥 나의 뇌피셜로는 좀비로 변화할 때 기억과 관련된 뇌의 영역을 건드리면서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가지고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았던 기억이 인간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순간 떠오르는 것이다. 그건 위선적이었던 자신의 태도일 수도 있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일 수도 있으며 사랑하는 이에 대한 추억일 수도 있다. 나의 추측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관객으로 하여금 이러한 상상을 떠올리게 한 설정이라면 <부산행>의 좀비는 굉장히 감성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눈 깜짝할 새에 좀비로 변해버리는 다른 좀비 영화들과는 다르게 죽음 앞에서의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었고 굉장히 섬세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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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캐릭터들은 모두 매력적이었고 다양했다. 아버지와 딸, 남편과 아내, 학생, 노숙자,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 관계를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동일한 상황에 처해도 반응하는 것이 모두 다르다. <부산행>은 그것을 더 부각하여 보여주고 싶었기에 딱 봐도 뭔가가 다르다고 느껴질 만한 캐릭터를 설정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내가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를 상상해 볼 수 있는 것도 영화의 여운을 느끼는데 한몫을 한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 등장인물들은 좀비와 대항하는 과정에서 한 명 한 명 좀비로 변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좀비로 변하는 계기는 '인간'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로 인해 살 수 있었던 사람들까지 좀비로 변해 버린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이들을 살리는 인물들도 있다. 인간답다는 것이 무엇일까? 자신의 본능대로 움직이는 좀비와 인간의 차이가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생존에 대한 본능과 강한 자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에 부산에 도착한 이는 사회적 약자라 부를 수 있는 임산부와 아이였다. 감독은 좀비는 할 수 없는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가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을 드러내며 좀비로 가득 차 버린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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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을 뽑자면 난 주저 없이 용석(김의성)을 선택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악역이라 불리지만 어쩌면 저 상황에서는 현실에 많이 있을 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들먹이며 역무원에게 막말을 하기도 하고 여론을 조장시켜 군중을 교묘하게 움직이기도 한다. 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좀비에게 밀쳐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고 행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용석(김의성)은 완전 밉상 캐릭터임은 틀림없다. 재난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런 성향의 캐릭터들이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실제 저러한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가 가장 크게 느끼게 될 감정이기에 이를 표현하는 것이 재난영화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이를 엄청난 연기력으로 표현하신 김의성 배우님 덕분에 몰입도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용석(김의성)을 욕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인물이 현실을 반영한 영화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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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주인공 석우(공유)는 평소 이기적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좀비를 피해 달려오는 성경(정유미)과 상화(마동석) 눈앞에서 문을 닫아 버리고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수안(김수안)에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랬던 그가 노숙자를 살리기 위해 다시 좀비 소굴로 들어가는 장면은 석우(공유)가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그가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수안(김수안)을 챙기는 성경(정유미),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문을 여는 상화(마동석)의 모습은 석우(공유)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국 좀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루소에 따르면 인간은 사회적 계약을 통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공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나 재난 상황에서의 이기적인 행보는 시간 차만 있을 뿐 결론적으로는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다. 감독이 설정한 석우(공유)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입체적인 면모는 재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진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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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은 개인적으로 SF, 재난, 좀비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꼭 맞는 영화였다. 나는 영화 칼럼을 쓸 때 그 영화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글을 먼저 읽어보지 않는다. 온전히 내가 영화 그 자체만을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쓰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부산행>에 대해 혹평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런 평가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부산행>에 대하여 아쉬웠던 점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는 이 영화가 인생영화라고 손꼽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만일 좀비 영화와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부산행>을 완전 강력하게 추천한다. <부산행>은 '좀비'라는 재난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재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들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색깔이 존재한다. 식상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는 재난영화의 장르에서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이 영화를 사랑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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