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은 어떻게 미식의 기준이 되었을까 (비즈니스-6)

by 프랑스 읽어보기


‘여기 미슐랭 별점 받은 식당이래.’


‘미슐랭 가이드에 있는 이 식당 한 번 가 볼까?’


프랑스는 물론 한국에서도 미슐랭 가이드에 좋은 평가를 받은 식당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맛집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에,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이 올라간 식당은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게 된다. 실제로 그런 식당에 가 보면, 입구 앞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져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은 어떻게 좋은 식당을 알려주는 가이드를 만들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가이드는 어떻게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미식의 기준’이 되었을까.






1. 타이어 회사에서 시작된 이야기

미쉐린 가이드는 처음부터 미식을 위한 책이 아니었다. 그 출발점은 훨씬 단순했다. 타이어를 더 팔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1900년, André Michelin과 Édouard Michelin 형제는 하나의 가이드북을 만든다. 자동차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였다. 사람들이 더 많이 이동해야 타이어가 더 많이 팔린다. 그 단순한 논리에서 이 책이 시작됐다.

가이드북에는 정비소, 숙박시설, 그리고 식당 정보가 담겼다. 사람들이 길을 떠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2. 레스토랑 평가와 별의 탄생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가이드북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다. 1920년, 무료로 배포되던 책은 유료로 전환되었고, 1926년에는 처음으로 별이 등장한다. 그리고 1931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별 체계가 완성된다.

별의 의미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별 하나는 ‘들를 가치가 있는 곳’, 두 개는 ‘돌아갈 가치가 있는 곳’, 그리고 세 개는 ‘그곳을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곳’을 의미한다. 이 순간부터 식당은 더 이상 경유지가 아니었다. 그 자체로 목적지가 되기 시작했다.




3. 왜 미슐랭은 기준이 되었을까

그렇다면 왜 미쉐린은 수많은 평가 중에서도 기준이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신뢰다. 미쉐린은 평가자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들은 익명으로 방문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 개인의 취향이 아닌 시스템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또한 평가 기준은 일관적이다. 재료의 질, 조리 기술, 맛의 조화, 그리고 개성. 이 기준은 국가와 문화가 달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기준의 뿌리다. 미쉐린의 평가 체계는 프랑스의 오트 퀴진(haute cuisine) 전통 위에 세워져 있다. 즉,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하나의 요리 철학이 기준이 된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 요리는 자연스럽게 세계의 표준이 되었다.




4. 프랑스에서 세계로

이 기준은 프랑스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된다. 유럽에서 시작된 미쉐린 가이드는 2006년 뉴욕, 2008년 도쿄, 2016년 서울로 이어지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다. 현재는 30개 이상의 국가에서 미슐랭 가이드 평가가 이루어지며, 전 세계 미식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5. 미식 산업의 권력

오늘날 미쉐린의 영향력은 단순한 가이드를 넘어선다. 별 하나만 받아도 예약이 급증하고 매출이 상승한다. 반대로 별을 잃으면 큰 타격을 입기도 한다. 실제로 별을 잃은 후 레스토랑을 닫는 경우도 있었고, 평가의 압박을 이유로 별을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셰프들도 등장했다. 이제 미쉐린은 평가자가 아니라, 미식 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




6. 프랑스에서 시작된 기준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여전히 프랑스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시작도 프랑스였고, 기준도 프랑스 요리에서 출발했으며, 지금도 그 중심에는 프랑스가 있다.

물론 오늘날에는 일본과 미국 역시 많은 별을 보유하며 미식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쉐린은 점점 더 글로벌한 기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7. 논쟁과 변화

하지만 동시에 비판도 존재한다. 프랑스 중심의 기준, 고급 레스토랑에 대한 편향, 그리고 다양성 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응해 미쉐린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격 대비 훌륭한 식당을 소개하는 Bib Gourmand를 확대하고,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Green Star를 도입했다.




8. 기준은 계속 유지될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하나의 절대적 기준은 유지될 수 있을까. SNS와 리뷰 플랫폼의 확산으로 누구나 평가자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지역 음식과 다양한 문화가 강조되면서 맛의 기준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어쩌면 이제는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일지도 모른다.






미슐랭의 영향력은 단순한 평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정의함으로써 시장을 지배한 전략에서 비롯된다.


미쉐린은 레스토랑을 평가한 것을 넘어서, 좋은 음식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결국 세계의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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