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을 꺼내든다
정원을 가로질러 낮게 날아가는 새소리.
그리고 무
無
무.
구름 한 줄기가 지나간다.
다시 무.
창을 통해 빛이 떨어진다.
내 위로 떨어진다.
내게로.
순간들.
모두 이 순간을 향해 모여든다.
- Now is good 中 -
유독 하루가 삐걱거리는 때가 있다. 남들은 다 순조로운데, 나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 무기력하고 힘이 빠지는 이런 날에는 작은 불편함에도 뾰족한 가시가 돋고 만다.
카페 점원의 무심한 언행이 크게 다가오고, 직장 상사나 동료의 애매한 신경전이 꼭 화내기도 애매한 시비처럼 느껴질 때. 이 예민함은 상대에게 가는 듯 하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와 하루를 무겁게 가라앉힌다.
모든 게 지치는 날에는 꼭 책 ⟪나우 이즈 굿⟫을 꺼내 읽는다.
삶은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이며, 모든 순간들이 이 하나를 위해 모여든다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온 세상이 삽시간에 고요해진다.
나를 찌르던 불편함도, 상대가 은근히 던지던 신경전도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고 스러진다.
결국 모든 순간이 끝을 향해 모이고 있다면, 이 소음들이 내게 크고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직장 상사의 이유 없는 짜증?
내버려 두자.
동료의 유치한 기싸움?
마주해서 무슨 부귀와 영화를 누리겠다고.
안녕히 가세요.
이상하게 나만 하루 종일 일이 안 풀리는 기분?
오늘은 급하게 가면 안 된다는 우주의 조언인가 보다.
천천히 가자.
고요한 침묵 끝에 날카롭게 엉키던 감정과 생각들이 풀어지고 정리된다. 다시 한번 내 시간을 어디에 둘 것인지, 무엇에 집중하며 살 것인지 선택하고 나면 대부분의 일들이 느슨해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생채기 하나 없이 사는 인생은 어디에도 없다. 잠시 발목이 잡혀 멈춰서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뭐든 괜찮다.
삶은 끝이 정해진 여행이다. 이 유한한 소풍길에 시끄러운 소음에 매달려 낭비하지 말자.
삶이 매 순간 즐거운 소풍길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를 갉아먹는 것들로부터 자유롭고 평온한 행군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니 힘주지 말자.
모두 각자의 자리로 흘러가도록.
내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