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는 갈색빛의 털을 가졌고 자기 엄마를 닮아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 애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쓰다듬 받고 예쁨 받는 걸 엄청나게 좋아해서 온갖 귀여운 애교를 다 부리는 아이기도 했다. 거기에 머리도 좋아서 한동안은 강이보다 작은 몸집과 암컷이라는 디메리트를 안고 있음에도 역으로 강이를 밀어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옆에 와서 쓰다듬어달라고 쪼그려 앉지를 않나, 언젠가부터 식탁의 의자에 발을 올리고 서선 빤ㅡ히 누군가를 바라보는 게 워낙 귀여워서 미어캣이라는 애칭까지 붙질 않나, 놀아주려고 종이컵에 먹이를 넣어놓고 구겨서 던져두면 금새 풀어서 내용물을 꺼내먹질 않나, 멀쩡한 종이컵 안에 간식을 넣어두면 찢거나 물고 흔드는 게 아니라 그냥 주둥이를 안에 넣어서 쏙 빼먹질 않나. 참 영특한 아이였다. 견종은 믹스견에 불과한데 영특한 게 유튜브에 나오는 아이급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건강에 문제도 없었으니 강이가 걱정을 살 동안 복이는 사랑을 잔뜩 받았다. 복이의 업적 중에서도 가장 대단한 거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주장하며 키우는 걸 극구 반대했으며 고집도 강한 아버지의 마음을 녹이고 예쁨 받았다는 점과 이에 못지 않게 흉폭한 면모를 보였던 남동생의 마음을 녹이고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이건 볼 때마다 신기한 정도다. 나도, 어머니도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 했는데 복이는 꺾었으니 말이다. 그 이후에 아버지와 동생이 화를 덜 내게 됐다는 건 덤이다. 그야말로 우리 집의 수호천사가 따로 없단 느낌.
나이를 먹어도 강아지는 영원한 아이라는 건지, 복이는 여전히 애교도 많고 귀여우며 어른인 척 하는 어린아이 포지션을 유지중이다. 머리가 영특한 만큼 속을 썩인 일도 많았지만 뭐, 그만큼 끼가 넘치는 아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중이다.
아, 그래도 매일 같이 집 안에 흩뿌리는 털은 사알짝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건 행복이라는 이름의 강아지이지, 거실을 점령한 갈색 털뭉치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