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엿하게 자라서 가릴 거 다 가리는 아이들이지만 강이와 복이라는 이름을 막 받을 정도로 어렸던 시절엔 거리낌 없이 사고를 치기도 했다. 때는 내가 어느 중소 기업에 다니면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가던 시기였다. 12시간 근무에 4일 일하고 주야 역전을 반복하는 굉장한 루틴을 소화해야 하는 곳인 탓에 하루는 깜박하고 내 방 문을 닫지 않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야간 시기였는지, 주간 시기였는지 까지는 기억 안 난다. 확실한 건 그 때의 난 외출할 때 현관문을 닫았는지, 안 닫았는지도 나가기 전 한 번 더 확인해야할만큼 정신이 병들었던 시기였다는 거 정도일까.
아무튼, 회사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씻기도 전 침대에 누웠는데 왠 처음 보는 초콜렛이 눈에 보였다. 이상하게 녹아내리지도 않고 촉촉했으며 손에 달라붙지도 않는 그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으려던 순간, 한동안 굳어 있던 머리가 오랜만에 사고를 재개했다.
'이상하다. 난 간식을 먹어도 책상에 앉아서 먹는데. 애초에 간식을 잘 먹지도 않는데 왜 초코볼이 저기 있지? 게다가 안 녹는 게 말이 되나? 잠깐, 이거 대체 뭐야?'
여기까지 사고를 마친 나의 머리는 이윽고 해답을 내렸다. 열려 있던 문과 오늘따라 두 아이들이 날 피하던 게 바로 이래서였구나. 귀여운 녀석들. 아니, 설마 내 방 침대에 들어와서 똥을 싸고 갔을 줄이야.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화는 딱히 안 났다. 냄새도 안 났고, 초코볼로 착각 할 정도로 느낌도 나쁘지 않았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들에게 막 저지른 뒤도 아니고 이미 사고 다 치고 엄마에게 혼난 건지 벌벌 떠는 중인데 인제 와서 내가 혼내야 뭘 하겠나. 그러니 그냥 머리나 쓰다듬어줬다. 귀여운 녀석들.
여담이지만 그 때 엄마에게 제대로 혼난 건지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 엄마가 밖에서 볼 일을 보도록 배변 훈련을 잘 시킨 거도 있겠지만 이런 점만 봐도 참 영특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이런 영특하고 귀여운 아이들도 속을 썩이는 일이 딱 세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목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