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by 랑케드

영특한 두 강아지라고 해도 싫은 건 싫었던 걸까. 적어도 붙잡히기 싫다고 이리저리 피해다닌다거나 소파를 물어뜯는다거나 하는 짓을 벌이진 않았지만 씻기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얌전해져서 나도 씻길만해졌지만, 한 때는 나로선 절대 무리였다. 씻길 때면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게 온도를 조절해서 조심스럽게 뿌려주는데도 그 좁은 화장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피하는 탓에 씻기려면 최소 2명의 인원이 필요했다. 씻기는 게 그냥 물만 촥ㅡ 뿌리면 편하고 좋겠지만 고작 그 정도로 끝내고 씻겼다고 할만큼 정 없던 우리는 아니었기에 한 번 씻기는 데 손이 참 많이 갔다.


물을 구석구석 정성스럽게 뿌려주는 건 기본이고 눈가도 조심스럽게 훑어줘야 하고, 귀도 안 쪽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서 가볍게 닦아낸단 느낌으로 어루만져야 했다. 그러면서도 도망가지 않게 다리를 꽉 붙들고 있노라면 '이제 그만하면 안 돼요?' 라고 말하는 거처럼 다리를 파들파들 떨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보는 데 이게 참... 직접 씻겨보지 않으면 모를 정신 공격의 영역이라 종종 놓쳐서 작은 숨바꼭질을 치루기도 해야했다.


아무튼, 물을 전신에 뿌려주고 거품을 내어 다리까지 깨끗하게 닦아준 뒤 다시금 물을 뿌려 개샴푸의 흔적을 싹 씻어내고 나면 그 다음은 아이들을 위해 산 커다란 타올로 몸을 덮어서 이곳저곳 닦아줘야했다. 얼굴도 깨끗히 닦아주고 털 구석구석 물기 날리지 않게 빡빡 문질러 닦아주고 나면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푸르르ㅡ 털어낸 뒤에야 목욕이 끝나곤 했다. 그러고도 모자랐는지 거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제 나름대로 털 말리기 의식을 치루는 걸 보고 있노라면 퍽 귀여워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귀여운 녀석들. 그래도 방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이불에 몸을 문대거나 하진 않고 선풍기 바람이나 자연풍으로 말리는 걸 보면 기특하단 생각도 살짝 들었다.


그렇게 씻기고 씻기다보니 개샴푸는 어느새 내게 있어서 좋은 냄새로 자리 잡았다. 씻고 난 뒤 뽀송뽀송하게 마른 걸 보면 절로 웃음이 나왔고 아이들도 씻을 땐 힘들었지만 씻고 난 뒤엔 기분이 좋았는지 바닥에 앉아있으면 입가에 빵긋빵긋 미소를 띄운 체 다가와서 쓰다담아달라고 옆에 앉는 게 퍽 사랑스러웠다.


... 발톱만 잘 깎을 수 있었다면 더욱 사랑스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지만 어쩌겠나.


강이는 보기와는 달리 겁이 굉장히 많은 아이라서 발톱을 깎는 일만큼은 어엿하게 자란 지금조차도 불가능한 아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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