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번호 따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by 다온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봤다.

'교수님 번호 따려는데 진지하게 어떻게 생각해?'


나는 황당함에 이마를 탁 쳤지만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미친듯한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는 말도 안 되는 미친 생각에 잠시 설득되었다


학생이 교수님을 마음에 품어서 안될게 뭐야? 미성년자도 아닌 성인인데 뭐 어떤가. 본인의 행동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면 나쁠 거야 없지. 그렇게 감정이입을 하다 나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냉큼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건 아니지 싶으면서도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호감을 느꼈다면 한 번쯤은 그 마음에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밑에 댓글을 보니 후기가 남겨져 있었다.


교수님 번호 딴다던 사람인데 수업 끝나고 학생들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교수님께 남자친구 있는지 여쭤보고 없으시면 번호 좀 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다. 교수님이 웃으시며 남편 있다 하시더라. 심지어 아이도 있으시고 엄청 젊어 보이셔서 결혼 안 하셨을 줄 알았는데 충격적이었다.


댓글에는 그 와중에 교수님한테 대시하는 너의 용기는 뭘 해도 될 것 같다는 글이 달렸다. 성패를 떠나서 그 용기는 정말 대단히 멋지다. 나는 저런 마음을 품을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친 것 같으면서도 도전적인 저 모습이 한 편으로는 부러웠다.


사실 나에게도 미친듯한 용기를 내뿜고 싶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 다닐 때였다. 우리 과 건물은 홀로 언덕 위에 있어 외딴곳에 떨어져 있었다. 언덕을 내려와 길 건너편에는 미대 건물이 있었다. 학식을 먹으러 내려가는 길에는 디자인과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과와 달리 남녀가 정답게 다니는 모습이 조화로워 보였다.


그중 유독 눈길이 가는 예쁜 사람이 있었는데 키가 크고 배우 이성경을 닮은 성숙한 외모였다. 아마 나보다 앞선 선배 학번일 것 같았다. 나는 자꾸 눈길이 갔다. 그만큼 여러 이목을 끄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 사람이 지나갈 때 우리 학과 동기들은 마치 풀 숲에 숨은 미어캣처럼 넋을 놓고 보았을 정도였다. 나는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었다.


수업시간에도 우린 다 같이 생각했다. 괜히 어설프게 말을 건넸다가 머쓱할 모습을 생각해 보니 상상만 해도 민망했다. 그렇지만 그냥 다짜고짜 인사하면서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학교 정문 앞을 혼자 지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봤다. 분명히 기회임에 틀림없었으나 발걸음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동안 이쪽 길로 열심히 다녔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용기를 내보고자 했다. 그때 같이 있던 친구들 중 상남자 ‘준’이가 우리 무리에게서 떨어져 냅다 빠르게 걸었다. 나는 그 걸음걸이를 그저 감탄하고 있었다.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진짜 용기였던 것이다


나는 가수 어반자카파의 노래 'Get'을 머릿속에 재생하면서 가사를 곱씹었다.


뭘 망설여 바보같이. 답답해 너의 태도.

그냥 좀 해도 돼 한 번쯤 미친 사람처럼

나도 알아 나도 못해. 말하면서 어이없어.

Go get if you wanna get.


그렇게 조심스레 말을 건네고 몇 마디를 주고받던 우리 과 ‘준’이가 우리에게 돌아왔다. 뭐라 말을 건넸는지도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충 다른 과 학생인데, 정말 예쁘시고 인기도 많으신 것 같다. 혹시 남자친구 없으시다면 전화번호 좀 알려줄 수 있나요. 뭐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었다는 것 같다. 그러더니 돌아오는 답은 ‘@#$%^&’이었다. 뭐라고 말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엄청 어색해하더니 거절도 승낙도 아닌 채로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고 낙심하더라.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많은 자리도 아니었는데 많이 불편했던 걸까? 공식적인 거절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낙담하지 않은 ‘준’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용기 자체가 멋졌다.


우리는 다 같이 생각했다. 미리 남자친구가 있는지 묻는 것이 예의일 수 있지만, 뉘앙스가 과한 호감의 표시로 보여 더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로서 편하게 다가갔으면 덜 부담스러웠을까 하는 분석을 하곤 했다.


나는 교수님께 연락처를 묻고자 했던 그 마음을 개념 없고 무모한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누가 봐도 미친 짓 같겠지만 그 내면의 순수함은 꾸밈이 없는 마음일 것이다. 나는 그 마음을 용기 내어 표현하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 용기가 있는 사람은 뭘 해도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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