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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빈 Sep 26. 2023

소개팅에 진심이었던 남자




나는 소개팅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괜찮다 싶을 정도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미 연애 진행 중이다. 매력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가만히 놔 않. 왜냐하면 누군가 그 사람을 콕 집어서 이어주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이 매력 넘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나의 소개팅 시장은 2부 리그 시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신감은 갖되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과한 기대도 조금은 내려놓는 것이 좋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솔직히 소개팅은 겉으로 보이는 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대화하면서 내면을 알아가겠지만, 외적인 요소가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외모를 포함해서 입고 있는 옷과 물건, 타고 온 차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지 말자.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애를 해도 해를 넘겨야 겨우 서로에 대해 알겠다 싶은 게 연애인데 처음 만난 날에 상대방을 보고 어떤 판단을 하겠나. 무튼 소개팅은 외모로 정해지는 인위적인 만남이라 생각했었다.


가 다니는 회사는 열명 중 아홉 이상이 남성인 미친 성비를 자랑하는 극강의 남초 회사였다. 주변에 이성이 많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소개팅의 기회조차 흔치 않은 편이었다. 누군가 이어주지 않는다면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어려웠다.


내가 있던 부서 옆 팀에는 '소개충'인가 싶 선배가 있었다. 이를테면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도 가끔 연락이 오는데, 그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다. 몇 가지 안부를 묻더니 결국 용건은 여자 좀 소개해달라는 레퍼토리였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그런 얘기를 하고 다니더라.


처음에는 그 선배가 안 좋아 보였다. 그런데 회사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술자리도 많이 가지는 것 같던 그 선배는 여기저기서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더라. 좋은 인간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 나름 많은 노력을 하는  보였다. 그리 가깝지 않던 나에게도 이성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데이트 코스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조언을 구하더라.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가끔은 조금 달라 보였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그 선배는 좋은 만남을 어주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그 선배는 회사 내 인간관계에서 두루두루 능숙해 보였지만, 이성관계에 서툴러 보였다. 이성관계도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경험 쌓이는 것 같다. 선배는 종종 나에게도 좋은 사람을 소개해달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추상적이고 허무맹랑한 조건이었다.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이성에 대한 취향은 외모와 성격, 가치관의 영역도 포함된다. 스스로의 뚜렷한 취향이나 명확한 조건의 기준에 대해서도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는 그 선배가 생각하는 취향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은 사람 곁에좋은 사람이 많은 법이다. 그 선배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어느 순간 나와도 가까워져 있었다.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의 장점을 잘 알고 어떤 사람이 그와 어울리는지 잘 안다. 륭한 주선자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지인 곁에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반대로 별로인 상대를 소개해준 주선자의 새로운 소개팅 상대는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어서일까? 니다. 주선자에 눈에는 그 정도로 매칭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본인 매력이 그 정도인걸 수도 있다.


주선자 입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소개팅을 해주는 것은 애초에 어렵다. 어느 한쪽만 불만을 가져도 안되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소개해주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다. 좋은 결과가 아닐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인간관계의 일부를 이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선배는 나를 통해 건너 이어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다 속전속결로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아마 내가 먼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시간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간다. 설마 잘 되겠어 생각했던 마음에 이어진 순수한 관계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던 그 선배의 마음은 항상 진심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던 그 붙임성 좋은 모습들이 가끔 떠오르곤 한다. 그건 가벼운 농담이 아닌 절실한 진심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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