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에 진심이었던 남자

by 다온



내가 다니는 회사는 열명 중 아홉 이상이 남성인 미친 성비를 자랑하는 극강의 남초 회사였다. 주변에 이성이 많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누군가 이어주지 않는다면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어려웠다.


내가 있던 부서 옆 팀에는 키가 작은 한 선배가 있었다. 나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이 오는데, 그 의도가 훤히 보였다. 몇 가지 안부를 묻더니 결국 용건은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좀 해달라는 레퍼토리였다. 나중에 듣고 보니 나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여기저기 그런 부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선배는 스스로의 취향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선배가 원하는 명확한 기준을 찾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안 그래도 희박한 가능성에 본인의 니즈라도 확실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소개팅 자체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래 누가 봐도 괜찮다 싶을 정도의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미 연애 진행 중이다. 매력 있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주위에서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왜냐하면 누군가 그 사람을 콕 집어서 이어주고자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소개팅 시장은 2부 리그의 시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본인이 매력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자신감은 갖되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말고, 상대방에 대한 과한 기대는 내려놓는 것이 좋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또 소개팅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것의 영향력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해야 될 영역이다. 물론 대화를 하면서 내면에 대해 알아가겠지만, 외적인 요소가 첫인상을 결정짓는다. 외모를 포함해서 입고 있는 옷과 물건, 타고 온 차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들로 나를 판단하는 사람을 원치 않는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하지 말자.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연애를 해도 해를 넘겨야 겨우 서로에 대해 알겠다 싶은 게 연애인데 처음 만난 날에 상대방을 보고 어떤 판단을 하겠나.


안 그래도 소개팅에 회의적이었던 나는 본인의 매력도, 본인의 니즈도 확실히 모르는 그 선배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진 않았다. 그런데 회사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술자리도 많이 참석하는 것 같던 그 선배는 사교성 하나는 참 좋아 보였다.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좋은 관계를 이어 줄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듯 보였다.


그리 가깝지 않던 나에게도 소개팅할 때 입을 옷이나, 향수 그리고 차량용 방향제부터 이성에게 보낼 메시지나, 데이트 코스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니 진지하게 노력하는 모습이 조금은 달라 보였다.


회사에서 인간관계를 잘 유지했던 그 선배는 좋은 만남을 이어주는 사람들이 꽤 많아진 모양이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법이다. 좋은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의 장점을 잘 알고 어떤 사람이 그와 어울리는지 잘 안다. 훌륭한 주선자가 될 수 있는 소중한 지인이 곁에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원래 주선자 입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소개팅을 해주는 것은 어렵다. 만약 별로인 상대를 소개해준 소개팅의 주선자라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선자의 눈에는 본인이 그 정도 매력을 가진 거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수도 있다. 아무튼 좋은 결과가 아닐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인간관계의 일부를 이어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선배는 나를 통해 건너 이어진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다 속전속결로 결혼까지 앞두고 있다. 아마 내가 먼저 결혼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했던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시간은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간다. 설마 잘 되겠어 생각했던 마음에 이어진 순수한 관계가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좋은 인연을 찾고자 했던 그 선배의 마음은 항상 진심이었던 것 같다. 여기저기 좋은 사람 소개해달라던 그 붙임성 좋은 모습들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그건 가벼운 농담이 아닌 절실한 진심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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