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이성을 만난다니 젊은 20대의 남녀들이 이성을 꼬시기 위해 놀러 가는 헌팅술집을 말하는 걸까? 헌팅술집이라니 어감부터 너무나 가볍게 느껴진다. 그곳은 가벼운 만남 속에서 쉽게 던지는 농담과 장난, 충동적인 욕심과 통제하지 못한 스킨십만이 주된 목적이 되는 자리인 걸까?
물론 젊은 청춘들에게 낯선 타인과 합석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만큼 가볍게 낯선 타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신선하고 좋은 것이다. 누군가는 뚜렷하고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꼭 연애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 가벼운 기회는 소중하다.
그렇지만 가벼운 기회만을 가지고 헌팅포차에서 술 마시는 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술 한잔 마시며 이성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그만큼 인간관계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그 자리의 분위기로 인해 그곳에서만큼은 가볍게 행동할 수도 있다.
진심은 고민 끝에 발현이 되고 고민은 어려움에서 온다. 가까워지기 어려운 자리일수록 상대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은 진지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가벼운 자리에서는 누구나 그 상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벼운 것이다.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게 어려운 상황일수록 마음은 더 무겁고 진지해진다.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그만큼 무거움을 극복할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호감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한 만남에 대한 기대를 하고 싶다면 불특정 다수의 상대를 목적으로 하는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정말 다른 악의 없이 순수함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
만약 술자리라고 한다면 절대 쉽게 합석할 것 같은 술집이 아닌 조용한 자리가 있는 술집에 있어야 된다. 마치 커플들이나 갈 것 같은 곳으로 말이다. 남들 누구나 합석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자리는 진심조차 가볍게 느껴진다. 이성을 당장 만나고자 하는 성급한 욕심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늘 당장이 아니더라도 인연을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여유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외국영화를 보면 한국의 문화와는 조금 다르게 낯선 사람과 눈 맞춤을 하기도 하고 가벼운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펍에서 칵테일을 한 잔 마시며 건너편에 앉은 일행이 아닌 사람과 인사말을 나누기도 한다. 뜬금없이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명분이 꼭 필요한 한국의 문화와는 다른 것 같다. 그렇지만 꼭 명분이 있어야만 할까? 전혀 가볍지 않은 자리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해 볼 용기를 내는 것은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용기로 인해 대화의 센스도 터득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