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경기도 어려운데 엎친데 덮친 격인가! 치아가 아파온다. 치료도 무섭고, 치료비용도 무서워서 미루고 미워왔던 치과 방문을 했다. 이럴 수가! 너무 오래 미뤄온 탓에 치아의 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했고 중형차 한 대 값이 나가게 생겼다. 지인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치아 보험을 가입하면 보장이 많이 되니 얼른 알아보라고 한다. 다행이다.
치과보험은 일반적인 암보험이나 종합보험과 다르게, 본인이 치료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대비하기 위해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른 보험들에 비해서 보장을 받기 유리한 보험항목이지요. 그러나 그 보험을 언제, 어떻게 가입을 하는가에 따라 똑똑하게 활용하기도, 공중에 돈을 날리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치아 사보험을 언제 가입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치아 보험 외에 일반 보험들을 가입해 본 사람들이라면 보험가입 시 의무고지항목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의무고지 항목을 살펴봅시다.
[ 계약 전 알릴 의무 ]
1. 틀니 사용 여부
2. 최근 1년 이내 충치(치아우식증)로 치료, 투약 또는 치료 필요 진단여부
3. 최근 5년 이내 치주질환(잇몸병, 풍치)으로 자연치 상실, 치주수술 또는 수술필요 진단여부
네 2번과 3번 항목을 주목해야 합니다. 1년과 5년 이내 특정 진료 부분에 대해 고지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말인 즉, 보험 가입 전 일정기간 이내에 치료가 필요하단 진단이 있으면 보험 가입 시 나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보험을 가입할 때 진단을 받거나 혹은 잇몸병 때문에 발치를 한 병력이 있다고 고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2번 항목의 충치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을 받은 경우 해당 부위에 대해서는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아 보험을 가입하시려는 분들은 해당 치아들의 치료에 도움을 받고자 가입하려고 하는 건데, 그 치아들에 대해서 보장을 받지 못한다면 당장 사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없겠지요.
3번의 치주질환으로 인한 자연치의 상실도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5년 이내 치아가 흔들림 같은 이유로 발치를 한 병력이 있을 경우 보험 가입 자체가 거절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물론 각 보험사마다 정책은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있으니 저의 이야기가 100% 장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그렇다면, 가입을 할 때 고지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나름의 편법으로 보험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보험 가입 전 진단받았던 A병원이 아닌 B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추후 B병원에서 진료받은 내역만 청구를 하는 것입니다. 보험 가입 이후 B병원에서 처음 진단을 받은 것처럼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의외로 적발되지 않고 보장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보험사도 바보가 아닙니다. 가입 후 보장금액의 100%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자마자 혹은 가입 후 면책기간이 끝나자마자 어느 정도 금액의 청구건이 발생하면 실사라는 것을 나오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환자가 주 거주하는 곳이나, 치료를 받았던 특정 지역의 병원을 무작위로 내원하여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인합니다. 이때 보험 가입 전 진단을 받았던 내용이 드러난다면 계약이 해지되고, 환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병원을 가기 전 보험을 가입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치아보험을 들었다가 면책 기간이 지나고 진료 보시는 게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고, 면책기간 이후 진단을 받았을 때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때 해지를 해도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아말감이라는 재료는 30~40대 환자분들이 학생이었던 시절 보편적으로 많이 쓰인 보험재료입니다. 저렴하며 단단하고, 간편하게 진료를 할 수 있어서 매우 많이 쓰였습니다. 다만 이 재료는 다른 재료들에 비해 유지력을 얻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치아 안쪽으로 치아를 삭제를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말감을 한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넓은 부위의 치료를 위해 본을 떠 외부에서 치아조각을 만들어 끼우는 경우가 많고, 치아당 치료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편입니다. 아말감이 깨지면서 주변에 2차 우식이 생긴 경우도 있고 안전상의 이유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아말감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니, 아말감이 구강 내에 많이 있다면 사보험을 가입하였다가 교체할 때 활용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치과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충치가 많이 진행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고, 스케일링 같은 치주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잇몸이 약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치아가 흔들리는 것이 많이 느껴진다면 임플란트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꼭 들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검진을 했는데 이상이 없다면 비용이 조금 아까울 수 있지만, 혹 임플란트를 하나만 진행하게 되더라도 내가 낸 보험료의 몇 배의 금액을 보장받을 수도 있습니다.
신경치료는 치아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치료 방법입니다. 신경치료를 한 치아들의 수명이 영구적이면 좋겠지만, 신경치료 후 씌운 크라운 내부의 접착제가 오랜 세월 동안 조금씩 녹으면서 크라운 내부에 충치가 다시 생기기도 하며, 뿌리 끝 염증이 재발되면서 이를 발치하는 상황이 생길 수 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경치료를 했던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최소의 치료가 크라운을 다시 씌우는 것이고, 다음 치료방법은 대부분 발치 후 임플란트나 브릿지입니다. 치아보험의 도움 없이 치료를 할 때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임플란트 치료지만, 치아보험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임플란트 치료이니 오래전에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가 많다면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추가로 신경치료한 치아 뿌리 쪽 잇몸에 화농성 여드름처럼 물집이 생겼다면 하루빨리 가입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릴 때 받았던 오래된 아말감들이 많이 있던 환자분이 큰 마음을 먹고, 전체적으로 치료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부담을 느꼈던 환자분은 미래를 위해서 치아보험을 가입을 하겠다고 합니다. 똑똑한 방법일까요?
보철학회에서는 치아보철의 평균 수명을 7-15년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환자분의 식습관이나, 이갈이, 이 악물기, 구강관리의 정도 등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대 수명이 달라지게 되는데, 적어도 몇 년의 시간 동안은 잘 사용을 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치아보험은 보편적으로 월 3-4만 원 대의 보험료가 발생합니다.(개인의 계약내용에 따라 비용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일 년이면 40만 원 정도의 금액이 발생하는데, 전체적으로 치료를 한 경우 짧은 몇 년 안에 큰 비용이 드는 치료를 받을 일은 많지 않습니다. 차라리 적금을 들어두시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치료를 했다면 몇 년 뒤에 가입을 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치아보험을 가입하고 보장을 받기 위해서 구강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1년-2년씩 기다렸다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너무 늦게 진료를 받게 되면 간단히 때울 수 있던 치아를 신경치료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나, 살릴 수 있었던 치아를 빼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치아보험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드리는 글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치아를 아끼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증상이 있다면 참지 마시고 빠른 시일 내에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사보험을 활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치아를 건강히 지키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