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행상을 하며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한 어머니께 큰 마음먹고 효도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남들은 해외여행이다 골프여행이다 법석이지만 어머니는 평생 바다 구경 한번 못해본 알뜰한 분이었습니다.
김 씨도 넉넉지 않은 살림이라서 환갑잔치도 제대로 해드리지 못하고 떨어져서는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번에 큰 마음먹고 하루짜리 온천 효도여행을 예약한 것입니다.
치장은 엄두도 못 내고 행여 쌈짓돈이라도 생기면 손자들 과자 값이라도 내놓고, 용돈이라도 드리면 생활비에 보태 쓰라고 어떻게든 돌려주는 어머니의 고집을 잘 알기에 김 씨는 상의도 하지 않고 덜컥 예약부터 한 것입니다.
“아니다. 나는 다리가 아파서 못 다닌다. 편안한 집이 제일로 좋다.”
역시나 어머니는 완강했습니다. 멋쩍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정말 안 갈 작정이었습니다. 이러다가는 예약이 취소될 위기였습니다. 지켜보던 김 씨 아내가 한 가지 묘안을 냈습니다.
“여보,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잖아요.”
김 씨는 무릎을 치며 어머니께 전화했습니다.
“어머니, 이 여행권은 마트 이벤트에서 당첨된 공짜표인데, 이날 못 가면 저절로 취소돼요.”
“저런, 아까워서 어쩌누. 공짜라는데 한번 가볼까?”
어머니는 공짜라는 말에 온천 여행을 떠났습니다. 김 씨는 공짜에 당첨되었다며 효도폰도 사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