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들리거라."
절대로 전화를 안 하는 안 하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 이번 주말에 내 생일인데, 애들하고 잠깐 들리거라.”
하지만 아들은 오랜만에 주말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아놓았고, 며느리도 동창회 가는 날이었습니다.
“아버지, 다음 달 설에 가면 안 될까요?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그래, 그럼 한가할 때 오너라.”
아버지는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놓았습니다. 이번엔 갓 회사에 입사한 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빠, 첫 월급 타서 좋은 선물 사갈 테니, 설날뵈요.”
딸도 회사일이 바쁘다며 다음 달을 기약했습니다.
아버지의 생일날, 두 부부는 미역국을 끓여 조촐한 생일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아침상을 준비하고 그날따라 잠자리에 늦게 일어나는 남편을 깨우러 갔습니다. 그러나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그만 잠자듯이 남편은 그 길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아들과 딸이 영안실로 달려왔습니다. 딸은 아빠에게 줄 내복과 구두 선물을 영정 사진 앞에 올려놓으며 오열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