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빚어 끝없이 쌓인 덩이
곱게 빚어 고이 접시에 담아
먹음직스럽게 나를 부르네
한입 베어 문 순간,
입안 가득 퍼져오는 낯선 쓴맛
그제야 깨닫네, 이건 된장이 아니야.
오래 묵어 무거워진 덩어리
마침내 드러나, 멍해진 나를 마주하네
속았단 생각에 잠시 망설여도
이내 다짐하지
이 씁쓸한 똥을 조용히 삼키리라.
그런데 문득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
왜냐고? 이제 내가 그 똥을 빚는 자가 되었으니
오래 묵혀 한계에 다다르면,
나도 이 똥을 덩이처럼 예쁘게 빚어
산처럼 쌓아 고이 접시에 담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리라, 정성스레.
이렇게 이어지는 인수인계의 무한 반복 속에서
우리는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한 채
속아도 웃고, 속여도 미소 짓는
그리하여 이 씁쓸함도 시간이 지나면
유쾌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삶은, 이 씁쓸한 유머에 속아 웃으며 흐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