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내면의 검은 심연
귀신들이 쉼 없이 솟구치는 곳.
그는 방향을 가리키지만,
그 순간 이미 다른 길을 준비해.
따르려는 자는 그 길을 좇아 몸을 기울여도,
그는 또다시 침묵 속에 그 길을 꺾어버리네.
마치 그 내면에서 솟구치는
어둠의 인격들이 명령을 내리는 듯.
계획을 짜는 귀신이 속삭이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귀신이 선동하며,
게으른 귀신은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회피하는 귀신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네.
귀신들은 서로 앞서려 다투며,
그 인격들은 서로를 밀어내고 끌어당기네.
그 순간, 낄낄낄, 키득키득, 하하하,
소름 돋는 웃음소리가 내면을 채우고,
귀신들은 서로를 밀쳐내며 드러나려 안간힘을 쓰네.
그 심연은 이미 귀신들로 가득 찼건만,
그의 야망은 끝없이 팽창하여
또 다른 어둠을 불러들이네.
텅 빈 심연의 틈은 더욱 넓어지고,
새로운 귀신들이 그 안에서 춤을 추며 자리하네.
따르려는 자는 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그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네.
불안이 가득한 눈으로,
두려움이 얽혀드는 그 시선 속에서.
검은 구멍은 이제 터질 듯 팽팽해졌건만,
그의 야망은 또다시 구멍을 넓혀
새로운 귀신들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네.
그것은 끝이 없는 반복, 끝이 없는 혼돈.
그는 결국 자신의 존재를
귀신들의 웃음 속에 내맡기고,
텅 빈 어둠 속으로 사라졌네.
그곳에 남은 건 오직
귀신들이 남긴 깊이 파인 상처뿐.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영원히 고통 속에서 잊히지 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