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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소민 Sep 02. 2024

딸 뒤에 숨은 가장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 때마다, 그는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책상 위엔 단란한 가족사진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모니터 속 화면은 따스한 웃음으로 가득 찬다.

햇살 아래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짓는 아이들,

푸른 하늘 아래서 손을 맞잡고 있는 가족의 모습—

그는 그 장면들을 전시하며, 마치 결계를 치듯

비난의 눈길에서 자신을 보호하려 애쓴다.


그러나 비난이 더욱 거세지자,

그는 더 이상 방어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면 속엔 그와 꼭 닮은 딸의 얼굴이 점점 더 크게 자리 잡는다.

그는 딸의 얼굴에 더더욱 집착하며,

그 얼굴을 부적 삼아 비난의 화살을 튕겨내려 한다.

하지만 그 화살은 멀리 사라지지 않고,

결계의 가장자리에 스치듯 머문다.

그러다 오히려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의 심장을 겨눈다.

결계가 금이 가고,

그가 쏘아 올린 저주가 되돌아오며,

의 숨결을 죄어온다.


결계는 점점 더 희미해지고,

그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딸의 얼굴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눈빛은 마치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그의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 미소에 기대어 숨었던 자신이,

이제는 그 미소에 눌려,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결계는 부서지고,

저주처럼 어둠이 그를 감싸며,

그는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한다.


더 이상 피할 곳은 없어진다.

그는 딸의 눈빛 속에 자신을 가두며,

마지막으로 남은 부적에 기대어 몸을 숨긴다.

그러나 그 결계는 완전히 깨지고,

딸의 얼굴은 더욱 커져만 가며,

그 속에서 자신이 서서히 사라져 간다.


이제, 어떤 부적이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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