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선들이 겹쳐졌다.
방향을 잃지 않으려던 이들이
끝내 길을 지워버렸다.
누군가는 이곳을 중심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여기서 멀어졌다.
선명한 것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엉킨 궤적뿐.
오래전, 좌표를 접어 두었다.
경계를 기억하는 자는 불편해지고,
길을 아는 자는 조용해진다.
그러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그들은 희미하게 만들었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
지워진 선의 방향과,
그 끝이 닿아야 할 지점을 기억하며.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소실점 너머를 볼 생각이 없는 자들에게,
길을 알려줄 이유는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