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랜 기간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썼어요. 하루 종일 글을 쓰거나, 쓴 글의 양이 무던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는 항상 그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일상을 살아갔어요. 직접 몸을 움직여 실행하지 않아도 그 부분을 위한 시간과 노력을 안배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고되었어요. 그럼에도 목표를 꼭 이루겠다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어요.
'출판'
아직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글을 세상에 뽐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무턱대고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의지만큼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이러한 멋진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주위에 소문은 다 냈지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직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원고를 하드 한쪽에 저장해두고 한동안 글을 쳐다보지 않았어요.
언젠간 출판이라는 목표를 다시 가지게 될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어요. 포기라는 단어는 아쉽고 민망하니 나중이라는 이름으로 감쌌어요. 한동안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마음은 편했어요. 세상에는 그 오래 가졌던 소원 말고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어요. 그러나 바쁘게 해야 할 일을 쳐내는 와중에도 좋은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그리웠어요. 내 안에 있는 복잡한 사고와 미묘한 감정을 언어라는 도구로 정리하는 과정이 말이에요.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어요. 그리고 브런치에 다시 찾아왔어요. 조금은 허황되고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닌 그냥 쓰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쓰는 나의 글을 쓸게요. 어쩌면 글은 나에게 그런 의미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