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배운 감각

by 사이

조수석 쪽으로 햇빛이 흘렀다.

여자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천천히 모았다가 풀었다. 손끝이 머물 곳을 잃은 듯한 움직임.

남자는 운전대를 잡은 채 그쪽을 흘끗 보고 말했다.

“핸드크림... 글러브박스에 있어.”

여자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그거 찾는 줄 어떻게 알았어?”

남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저런 걸 알아채지 못했다. 겨울마다 여자의 손등이 하얗게 갈라졌다는 걸, 매해 겨울 글러브박스 안쪽에 하얀 튜브가 하나씩 굴러다녔다는 걸 잘 몰랐다. 새 귀걸이를 하고 왔던 날에도 그냥 피곤하냐고만 물었고, 아침에 내놓은 커피가 미지근해질 때까지 말 없이 핸드폰을 보던 버릇도, 왜 그랬는지 제대로 묻지 않았다.

말하는 것만 듣던 시절이었다. 말하지 않는 데서 새어 나오던 것들은 놓쳤다.

뒤늦게 찾아온 감각은 대개 필요 없어진 뒤였다.


여자는 글러브박스를 열지 않았다. 그저 손을 무릎 위에 다시 놓았다.

에어컨 바람이 낮게 흘렀다. 네비게이션 목소리가 한 번 끊겼다 이어졌다.


“그날... 예쁘다 했으면 달라졌을까.”

“어느 날?”

“새 귀걸이 했던 날. 내가 그냥 피곤하냐고만.”

여자가 아주 조금 고개를 저었다.

“그랬다고 달라졌을까?”

“아니.” 남자도 겹치듯 대답했다.


잠깐의 정적. 창밖 햇빛이 각도를 바꾸며 대시보드 위로 미끄러졌다.

남자가 말했다.

“커피가 식을 때까지 말이 없던 그건...”

“질문이었지.”

“어떤.”

“내가 먼저 말해도 되느냐는.”

여자는 글러브박스 손잡이에 엄지를 걸었다 뗐다.


“이상하지. 이제는 알아채네.”

“늦게 배운 감각이라 그래.”

“늦게 배운 건, 보통 어디에 쓰지?”

“길을 잃지 않는데 쓰겠지.”

“이미 다 온 길이라도?”

"..."


네비가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이라 말했다. 둘 다 아무 말도 없었다.


여자가 천천히 글러브박스를 열었다. 핸드크림이 안쪽에 있었다. 꺼내지는 않았다. 한 번 냄새를 떠올리듯 숨을 들이켰다가, 그대로 닫았다.


“미안해.”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에 대한 건지 말하려면, 길어지겠지...”

여자가 한숨을 쉰 후 말을 받았다.

“응.. 길어지겠지.”


조수석 쪽으로 들어오던 빛이 서서히 빠졌다.

여자는 빈 손을 무릎 위에서 한 번 더 모았다가 풀었다.

남자는 방향지시등을 켰다. 깜빡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몇 번 더,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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