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재밌다] 로빈슨 크루소 1편
팟캐스트 녹음하러 가는 날이었어요.
출근시간 지하철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탑니다.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서는 정말 희귀한 존재들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연결된 핸드폰을 들여다봅니다. 핸드폰 안팎이 사람 천지입니다. 몸에 두른 물건들은 어떻고요. 다들 번듯하게 차려입었어요. 신발, 가방, 이어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들이지요. 요즘에는 새벽 배송 클릭 한 번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핸드폰도 사봤어요.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 지냈습니다.
무려 20년 이상이요. 빵 한 조각을 만들어 먹는 데 밀 씨앗을 심고 실패도 해보며 수년이 걸렸습니다. 염소를 잡아서 키우고 새끼를 쳐야 우유 한 잔 마실 수 있어요. 새삼스럽습니다. 사람이나 새벽 배송은 물론이거니와, 손에 든 가방의 쇠붙이 장식 하나, 도착해서 마실 라테 한 잔이 새삼스럽습니다.
사실 물건 하나 얻으려면 할 일이 태산입니다. 세상 뭐 하나 공으로 얻어지는 게 없지요. 언젠가부터 화폐와 분업이 일상화되면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게 됐을 뿐. 제가 사용하는 인터넷이 작동하도록 누군가 케이블과 안테나를 설치했고, 노트북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누군가 희귀 금속을 채취했겠죠. 밥 지을 쌀은 누군가 돌봤고 탈곡했고 보관하고 운반했겠지요.
<로빈슨 크루소>는
그 보이지 않는 일들을 혼자 감당했습니다.
분업 없이 혼자 감당하는 세상은
책이 출간된 1719년에도,
2025년 현재에도
힘겹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고군분투 무인도 생활기록이 장장 500페이지 전후입니다. 출판사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그 정도. 그 장황한 기록과 성공담을 본 후기를 나눴습니다. 네, 로빈슨 크루소는 분명 성공담입니다. 그는 살아남아 사람들 사이로 돌아왔습니다. 작가 대니얼 디포 뒷담도 좀 했어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
1. <로빈슨 크루소>는 대니얼 디포가 산전수전 겪다가 59세에(!) 집필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2. 속편도 있대요. 본편만큼 성공은 못했지만요. 대니얼 디포의 말년은 그다지 성공적이라 할 순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책에 등장하는 중요한 무인도 아이템 중 하나가 성경 책이에요. 의외로 교회에서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팟빵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전문가 멘트 흉내 내봅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5101472
*어쩌다 함께 책 읽는 다섯 명이서 팟캐스트를 합니다.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30~40대들입니다 (2024년 기준). 책 읽고 톡 방에서 엄지로 떠들다 만나게 되어 '엄지작가'라고 명명했습니다. 물론, 진짜 작가는 아니에요, 아직. 팟캐스트는 곧 유튜브랑 통합한다고 해서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에 올리고 있어요.
*나리, 쓸, 하니, 아지, 쟝. 이 가운데 쟝의 편집과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