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 재밌다] 로빈슨 크루소 2편
로빈슨 크루소는
1632년 태어났습니다.
1651년 9월 처음 배에 탔고.
1659년 9월 무인도에 난파되었으며.
1686년 12월 드디어 무인도에서 탈출합니다.
처음 배에 탄 후 폭풍을 만나고, 이후 해적에게 잡혀 노예 생활도 해보고, 멘토를 만나 브라질에서 농장주가 됩니다. 무인도에 홀로 난파된 후 20년 넘게 짠 내 나는 자급자족 생활을 하다가. 어느 날 식인 풍습이 있는 이웃 섬의 원주민 방문 흔적을 발견하죠. 이후 충직한 친구이자 노예이기도 한 프라이데이를 만나 이름을 지어주고, 기독교로 개종시키고, 영국으로 함께 돌아가 성공한 인생을 삽니다. 책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러합니다만.
오래 읽힌 이야기는 줄거리가 일 할인 거 아시죠?!
칠 할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장과 문장 사이 빈 공간이고, 이 할은 그 사이를 채우는 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줄거리 중간중간 책을 인용했습니다. 나눠주고 싶고, 또 기억하고 싶어서요.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8852/episodes/25105355
녹음 중에 잠시 언급한 중산층에 관한 구절을 덧붙입니다.
인생의 재난이란 상류층과 하류층이나 나눠갖는 것으로 중산층은 최소한의 고난만 겪으며, 상류층과 하류층처럼 수많은 인생의 부침을 겪지 않는다. 더 나아가 중산층은 몸이건 마음이건 상류층과 하류층처럼 수많은 질병과 질환에도 걸리지 않는다. 상류층은 부도덕하고 사치스럽고 무절제한 삶의 방식 때문에, 하류층은 고된 노동과 생필품 부족과 열악하고 부족한 음식물 때문에, 즉 각자 삶의 방식이 빚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물로서 질병과 질환을 앓게 된다.
한편 중산층의 삶은 온갖 덕목과 온갖 즐거움을 누리도록 의도된 삶이다.
평화와 풍요는 중산층 사람들의 운명을 시중드는 시녀들이다.
p.12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열린책들
로빈슨 크루소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젊은 아들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섬을 나가 더 넓은 땅에서 멋진 시인이 되겠다 꿈꾸는 딸에게 아버지가 해줄 법한 충고랑 비슷하려나요? 17세기 당시 중산층은 요즘 식으로 하자면 서울에 빌딩이 있는 정도의 부를 소유한 계층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중산층과는 좀 다른 개념 같아요. 아버지의 충고에 공감이 되는 면도 있고, 터무니없어서 웃긴 면도 있어요.
절제, 중용, 평온, 건강, 친교, 온갖 오락과 온갖 바람직한 쾌락들이 그들 삶을 따라다니는 축복이다. 이런 식으로 중산층 사람들은 조용하고 원만하게 세상을 살아가며, 맨손으로 하는 육체노동이라는 난관 없이 안락하게 살다 간다. 그들은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노예의 삶을 살도록 누군가에게 팔릴 일도 없고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여 괴로움을 겪을 일도 없다. 이런 일들은 영혼으로부터 평온을 앗아가고 육체로부터 휴식을 앗아 간다.
중산층 사람들은 시기심이라는 격정이나 위대한 지위에 대한 비밀스럽게 타오르는 야심 찬 욕정으로 인해 분노에 휘말릴 일이 없다. 그저 안락함 속에서 부드럽고 원활하게 세상을 살아 나가며, 자신이 행복하다는 씁쓸한 억지 느낌 없이 달콤한 삶의 과실들을 현명하게 맛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모든 일상의 경험들을 통해 더욱 현명하게 그것을 맛보는 법을 배워 나간다.
p.12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열린책들
충고대로라면. 수많은 인생의 부침을 겪고, 몸과 마음이 질병과 질환에 걸리며, 때때로 부도덕하고 사치스러운 2025년의 저는 어디에 속하나요? 대체로 '조용하고 원만하게 살아가며',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종종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여 괴로움을 겪'는 당신은 어디에 속하나요? 내심 스스로 중산층과 하류층 사이 어디라고 짐작해 왔는데. 아닌가 봅니다. 어쩌면 세 가지 모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함께 책 읽는 다섯 명이서 팟캐스트를 합니다.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30~40대들입니다 (2024년 기준). 책 읽고 톡 방에서 엄지손가락으로 떠들다 만나게 되어 '엄지작가'라고 명명했습니다. 물론, 진짜 작가는 아니에요, 아직. 팟캐스트는 곧 유튜브랑 통합한다고 해서 팟빵과 네이버 오디오에 올리고 있어요.
*나리, 쓸, 하니, 아지, 쟝. 이 가운데 쟝의 편집과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