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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원

보광사 단풍놀이 다녀오듯

by ㅈㅑㅇ


화장장에 다녀왔다.

집안 어르신의 장례였다.


참 많은 사람들이 줄 서서

그들의 망자가 태워질 순서를 기다린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오고 기다리고 나간다.

사람들의 동선이 교차하는 듯 일치하는 듯.

스쳐 지나간다.


2번 소각로.

젊은 시절 남편을 잃었던 그녀,

그녀의 중년은 많이 바빴고

말년은 꽤 편안했다.


1번 소각로.

젊은 남자가 죽었나 보다.

끊임없이 소리 없이 울상이 되던 젊은 여자를 봤다.

그녀의 삶이 2번 그녀의 삶과 혹시 닮게 될까..?


관짝에 실려 들어온 모든 망자는

어김없이 뜨끈한 먼지 한 단지가 된다.


속절없이 산부인과가 떠올랐다.

쉴 새 없이 태어나고 죽어가고 또 살아간다.

그렇게나 특별한 탄생, 죽음, 삶이

이렇게나 흔한 것인데

그런데도 귀하니

신기하기도 이상하기도.



장지인 보광사는 단풍이 한창이었다.

회사를 쉬고 단풍놀이 나온 금요일 같았다.

햇빛은 따뜻했고 가루가 된 망자도 아직 따뜻했다.




장례를 마치고 허기를 느꼈고,

엄마 시골집 인근 티맵인기 식당에서

청국장에 물김치, 알타리, 생선구이를 먹었다.

누룽지까지 꽉 채워 넘치도록 에너지를 채웠다.


삶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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