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오래 남는 기억, '향기'
“여러분은 어떤 축제를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시나요?”
화려한 불꽃이나 멋진 포토존도 좋지만,
왠지 모르게 따뜻한 여운이 남고, 내년에 다시 찾고 싶어지는 축제가 있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향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코는 눈보다 훨씬 더 깊게 감정과 추억을 새깁니다.
이른바 ‘센트 마케팅(Scent Marketing)’은
이제 호텔이나 명품 매장만의 전략이 아닙니다.
축제에 향기를 입히는 것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방문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섬세하고 강력한 브랜딩 무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축제에 향기를 더하는, 5가지 감각적 전략을 살펴보겠습니다.
1. 감성 자극
특정한 향을 맡았을 때, 잊고 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경험이 있나요?
이 현상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분명합니다.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는 모두 뇌의 ‘시상(視床)’을 거쳐야 하지만,
향기 정보만은 예외적으로 해마와 편도체,
즉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바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축제의 시그니처 향은 단순한 향이 아닙니다.
그 향을 맡는 순간, 관람객의 뇌는 즐거움·설렘·행복 같은 감정을 다시 불러옵니다.
축제가 끝난 뒤 일상에서 같은 향을 느끼는 순간,
그때의 따뜻한 기억이 되살아나며 자연스럽게 “다시 가고 싶은 축제”로 연결됩니다.
2. 공간 관리
대규모 축제의 현장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공간의 냄새 관리입니다.
특히 먹거리 부스나 공용 화장실 주변은 불가피하게 불쾌한 냄새가 발생해
축제의 전체 경험을 손상시키곤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향기 시스템(Ambient Scenting)’입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냄새를 덮는 것이 아니라,
냄새 분자를 화학적으로 중화시키며 공간에 어울리는 향을 균형 있게 퍼뜨립니다.
[적용 예시]
•입구 / 메인 광장 :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웰컴 향’으로 첫인상을 설계
•먹거리 존 : 허브나 시트러스 향처럼 식욕을 돋우는 향을 은은히 사용
•공용 공간 : 냄새를 중화하는 깨끗한 향으로 쾌적함 유지
그 결과, 방문객은 축제 현장을 깨끗하고 고급스럽게 느끼며,
단순한 냄새 관리 이상의 공간 경험 향상 효과를 얻게 됩니다.
3. 정체성 구축
향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도시의 역사·문화·기후·정서를 가장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액체화된 정체성(Liquid Identity)’입니다.
핵심은 ‘지역의 향을 설계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지역의 특산물, 지형, 축제의 철학 등을 조향사와 함께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해당 도시나 축제만의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응용 사례]
•꽃 축제
단순히 장미나 튤립 향을 쓰는 대신,
그 꽃이 자라는 토양과 바람의 향을 함께 블렌딩해 ‘태안 튤립축제 에디션’ 같은 고유 향을 제작
•문화·역사 축제
조선시대 왕실의 향, 선비의 붓 향 등
역사적 기록을 복원해 ‘전통의 향’ 체험 콘텐츠로 확장
이렇게 만들어진 시그니처 향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도시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아우르는 감각적 언어가 됩니다.
즉, 도시의 브랜드가 ‘보이는 로고’에서 ‘느껴지는 향’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4. 경제적 확장
성공적인 브랜딩은 축제가 끝난 후에도 기억이 계속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향기 제품’은 여운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상품 구체화]
축제의 시그니처 향을 활용해
디퓨저, 캔들, 오 드 퍼퓸(Eau de Parfum), 섬유 향수 등을 한정판 굿즈 형태로 제작·판매합니다.
[기대 효과]
•높은 수익성: 일반 기념품보다 마진율이 높음
•지속적 연결: 소비자가 집에서 향을 사용할 때마다 축제의 기억이 자연스럽게 재생되어 다음 시즌 방문 의사로 이어짐
•지역 상생: 지역 내 향기 공방, 패키징 업체 등과 협업해 생산·유통 전 과정에서 로컬 경제 활성화 효과 창출
결국 향기 제품은 ‘기념품’을 넘어
축제와 도시를 잇는 감각적 리마인더가 됩니다.
5. 마케팅 협업
향기 마케팅은 단독 실행보다,
패션·뷰티·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산업과의 브랜드 제휴(Co-Branding)를 통해
훨씬 더 큰 파급력을 만들어냅니다.
[협업 예시]
•향수 브랜드 제휴
유명 조향사나 향수 브랜드와 협력해 축제 기간 동안 *‘팝업 향기 워크숍’*을 운영.
방문객이 자신만의 축제 향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제공.
•생활용품 제휴
지역 특산물 향을 적용한 비누·바디워시·세제 등 ‘축제 에디션’ 제품을 제작해
대형 유통망에 납품함으로써 축제의 브랜드를 일상 속으로 확장.
축제는 전문성과 세련된 이미지를 확보하고,
협력 브랜드는 새로운 고객층과 접점을 넓힐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하게 됩니다.
축제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플랫폼이 되려면,
가장 강력한 감각인 ‘후각’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향기 마케팅은 단순한 연출이 아닙니다.
축제의 품질을 높이고, 관람객과의 감정적 유대를 강화하며,
경제적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올인원(All-in-One) 브랜딩 전략입니다.
축제를 기획할 때,
‘가장 잘 보이는 것’보다
‘가장 오래 기억될 향기’를 먼저 고민해보세요.
그 향이,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새로운 언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