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성장

산 좋고 물 좋은 양양

by 도담

“산 좋고 물 좋은 양양이라네.”

이 돌비석의 문구처럼,

엄마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정말로 산이 많고 물이 맑은 곳이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조용한 군 단위 마을이지만,

이제는 “양양 참 좋다”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지.

그만큼 예쁜 곳이야 —

바다와 산, 그리고 그 사이의 느긋한 바람.


엄마는 어릴 때부터 시골이라서 불편함보다는

주어진 하루를 받아들이며 사는 아이였어.

할머니, 할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그곳에서 따뜻하게 자랐지.


그래도 커서는

‘좀 더 큰 세상으로 가야 하나?’ 생각했었어.

하지만 막상 떠나보니 마음 한구석엔 언제나

양양의 냄새가 자리했어.


너를 만나기 전,

그 해 1월 설날에 잠깐 내려갔고

네가 아홉 달이 되어

드디어 다시 양양에 갈 수 있었어.


삼촌이 함께 살고 있어서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짐을 바리바리 싸서 늘 먼저 우리에게 오셨거든.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내려가는 건

참 오랜만이었어.


이번엔 연휴도 길고,

올해 백세가 되신 증조할아버지도 뵙고,

고모할머니도 찾아뵐 수 있는

뜻깊은 여행이었지.


SUV 트렁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짐을 꽉꽉 채워 출발했어.

중간에 네가 두 시간 반을 자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래도 도착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을 땐

‘이게 바로 육아여행이구나’ 싶었지.

게다가 연휴 첫날부터 비까지 내렸거든.


그래도 넌 컨디션 좋게 도착했어.

도착하기도 전에,

아파트 주차장 앞에서

반갑게 손 흔들며 기다리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


할머니, 할아버지 집은

늘 그렇듯 따뜻하고 깨끗했어.

새 매트, 새 이불까지 깔아 두신 걸 보고

코끝이 찡했어.

우리를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싶더라.


짐을 풀고,

할머니가 준비한 따뜻한 저녁을 먹었지.

결혼 후 이렇게 5박 6일을

길게 내려간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너랑 닮은 엄마의 어릴 적 사진도 보고,

엄마의 흑역사인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아빠가 슬쩍 훔쳐보다 웃기도 했지.


그 며칠 동안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던

양양의 바다도 갔어.

시내 구경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둔치 공원에서 사진도 많이 찍었지.

잔디 위에 너를 내려놓고

엄마는 한참을 바라봤어.


백세 증조할아버지, 고모할머니도 만나

같이 점심도 먹었고,

모두가 너를 보고 웃었어.


돌아오는 날,

할머니, 할아버지를 두고 떠나려니

가슴이 먹먹했어.

우리는 매번 달라지고 멀어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만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 말이야.


언젠가 양양에 아무도 없을 날이 오겠지…

그때는, 우리 아가가

엄마를 꼭 안아줄래?


그리고 한 가지는 꼭 기억해 줘.

양양엔,

너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리고 엄마를 누구보다 깊이 사랑해주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셨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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