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사랑

청주할아버지

by 도담

“아주 인상이 좋아요.”

그 말이 지금은 옆에 계시지 않은,

우리 아가가 아직 한 번도 뵙지 못한

아빠의 아빠 — 청주 할아버지가

엄마를 처음 보며 해주신 첫인사였어.


그때 할아버지는 편찮으셨지만

엄마 눈엔 참 건강하고 멋지게 보이셨어.

결혼 후 한 달쯤 지나

일이 있으셔서 혼자 버스를 타고 올라오신다고 하셨던 날,

엄마는 아직도 그날이 선명하게 기억나.


길치였던 엄마가 정문과 후문을 헷갈려

잘못 알려드렸는데,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아가야~” 하시던 그 따뜻한 목소리.

그 순간의 햇살과 바람까지 다 기억이 나.


그날 할머니와 함께 오시라고 설득끝에

두 분이 함께 오셨었어

집에 올라와 할아버지는 소파에 잠시 쉬시고,

따뜻한 차 한 잔을 함께 마셨지.

근처 중국집에 가서

쟁반짜장과 탕수육을 시켜놓고

정말 맛있게 드셨던 모습도 아직 생생해.


“하룻밤 자고 가시라”는 말에도

“며느리 집에서 자는 거 아니야” 하시던

그 단단한 고집이 귀엽게 느껴졌어.

그래서 함께 터미널로 갔고,

버스 시간 전까지 잠시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어.


할아버지가 웃으며

“너네 엄마는 맞추기가 힘들어,

그게 예쁜 건데 쯧쯧—” 하시던 그 농담도

아직 귀에 선명히 남아있어.


버스 시간이 다 되어

작은 간식과 용돈을 쥐어드리며 인사했지.

그리고 버스 창문 너머에서

“오늘 고마웠다, 아가야. 얼른 들어가렴.”

손을 흔드시던 그 장면이

아직도 마음속에 노을처럼 남아있어.


그로부터 한 달쯤 뒤,

할아버지는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되셨고

수술 후에는 지팡이를 짚고 걸으셨지.

그래도 다시 좋아지실 거라 믿었어.


12월, 점점 기운이 약해지신 할아버지를

엄마와 아빠는 매주 보러 갔어.

도시락을 싸서, 할머니와 이야기 나누며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하려고 했지.


하필 코로나가 세상을 멈춰 세운 그 시기였어.

그렇게 봄도 오고 여름이 찾아왔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뵌 날,

할아버지는 힘겹게 웃으며 말씀하셨어.

“바쁜데 뭐 하러 왔어.

아빠는 괜찮아… 아빠 사랑,

얼마 받지도 못했네.”


그 말을 들으며 참았던 눈물이 터졌지만,

주먹을 꼭 쥐고 울음을 삼키는 아빠를 보고

끝내 다 울지도 못했어.


그 후 새 벽 통화 한 통.

그게 마지막이었다.


여름이면 유난히 청주 할아버지가 생각나.

할머니 댁 소파 한쪽 끝,

항상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앉아 계시던 모습이 떠올라.


지금의 우리 태하를 보셨다면

얼마나 예뻐하셨을까.

그 따뜻한 미소로, “아주 인상이 좋아요”

다시 말씀해 주셨겠지.


노을이 질 때마다 생각이 나요, 아버님.

그날 터미널 앞의 햇살처럼,

지금도 제 마음 한편에

아버님은 노을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잘 계시죠?

우리 태하, 곁에서 지켜봐 주세요.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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