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성장

못난 마음

by 도담

200…280?

뭐만 봤다 하면 붙어 있는 가격들이 참 어마무시했다.


“아니, 뭐 저렇게 비싼 유모차를 꼭 사야 해…?”

너무 비싸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마음 한편엔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걸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일을 쉬고 있었고,

아빠 혼자 모든 걸 감당하기엔 버거울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길게 쓰지 않는 물건들이니 적당히 좋은 선에서 맞추고 싶었다.


그래도 침대와 카시트는

양양할미·할비가 좋은 걸로 선물해 주셔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겨울에 태어난 너를

봄 되기 전까지는 유모차에 태울 일이 거의 없어서

조금 늦게 장만했다.


부가부, 쥬리, 스토케,

그런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친한 동생 추천으로 가성비 좋고 튼튼한 디럭스로 골랐다.

70만 원대.

그마저도 “와… 이것도 진짜 비싸다…” 하면서 구입했었어.


매일 만날 때마다 동생이랑 얘기했다

“우리만 돈이 없나?? “

”그러니깐요 언니ㅎㅎ“


그리고 네가 3개월이 지나

따뜻한 봄바람이 불자

슬슬 대형몰, 백화점에 너를 데리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엄마는 정말 놀랐다.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모든 아가들이

스토케, 부가부, 쥴리를 타고 있었던 거다.

멀리 서는 펜디 유모차도 보였다.


“명품에서 유모차도 나오는구나…”

처음 알았던 순간.

검색해 보니

500…

눈을 의심했다.


거기엔 고급스러운 느낌의

빳빳하고 예쁜 블랭킷을 덮은 아가들이 많았다.

엄마는 브랜드를 몰라서

그저 ‘비싸 보인다… TV에서 본 적 있는 듯한데…’

그 정도만 느꼈다.


희한하게도, 그 많은 아가들 사이에서

우리 유모차와 비슷한 걸 보면

괜히 반갑기까지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마는 조용히 아빠에게 말했다.


“하… 이런 마음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

아빠도 한숨을 쉬며 작게 말했다.

“응… 좋은 거 사줄걸.”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친한 동생에게서 똑같은 블랭킷을 발견했다.


“어?!!!”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동생이 웃으며 말했다.

“언니도 이거 알아요? ㅎㅎ

저 이거 선물 받았는데… 가격 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그냥 차라리 돈으로 주지 싶었다니까요 ㅋㅋ”


두 아이를 키운 7살 어린 동생은

“언니, 애 키우면 그런 생각 백 번은 해요.

너무 마음 쓰지 마요.”

라고 말했다.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는 결국 슬쩍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조용히

그 블랭킷을 주문했다.

“하나쯤은… 있어도 되잖아.”

스스로를 달래며 말이다.

ㅎㅎ


너와 함께한 11개월.

가끔은 다른 아기들이 ‘벤츠’를 타고

우리 아기는 ‘소형차’를 타는 것 같은

못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아가야,

네가 무엇을 타고, 어디에 눕고, 뭘 덮든

엄마의 진짜 바람은 단 하나야.


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였으면 좋겠다.

스스로 행복할 줄 알고

남을 미워하지 않는, 그런 아이.


그게 전부야.


… 물론,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말하자면

엄마는 네가 건물주가 되는 것도

아주! 아주! 환영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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