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엄마는 따뜻하다

익산 작은 마을에서 만나 베트남 여인

by 옥곡재

황금의 계절, 더구나 가슴 시린 10월의 마지막날을 끼고 군복무 중인 아들이 휴가를 나왔다. 그래서 갑자기 대강의 목적지만을 정하고 떠난 부자지간의 남도 여행, 첫 번째 목적지는 익산이다.

10월, 가을이 마구 익어가는 계절, 마을 집 울타리마다 감이 주렁주렁, 햇빛에 반사되어 주홍색으로 찬란하다. 익산 미륵사지석탑과 왕궁리 왕궁탑을 둘러보고 나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정해진 시간마다 알람이 울리듯 밥 먹는 시간은 오차가 없다.

미리 검색한 맛집을 찾아 한적한 시골길을 30분 정도 차로 달렸다. 아니 달렸다기보다는 차로 걸었다. 논과 밭, 수로의 갈대와 나지막한 산등성이 억새, 가을이 잔뜩 묻은 가로수 잎새 하나하나마저도 너무나 탐스럽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눈과 마음에 담느라 차를 걸리고 대신 나의 심장이 뛰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들은 연신 경적을 울리면서 나를 추월하며 한 번씩 째려본다.


식당에 도착한 후 차를 세우고는 입구로 걸어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 휴일이라는 작은 팻말이 걸려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마주하면 갑자기 허기가 몰려온다. 본능적으로 건너편 식당들을 스캔하고는 한 곳을 정한 후 직진했다.

웬만하면 실패하기 어려운 쌈밥집을 골라 들어가니 동네 사람들이 식사를 하면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시골 쌈밥집은 메뉴의 선택권이 손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에게 있다. 앉자마자, 주문을 하지도 않았는데 식당 종업원이 이런저런 밑반찬을 놓아준다. 그녀는 누가 봐도 베트남 사람이다. 작고 야무지고, 유난히도 크고 검은 눈동자가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보다도 더 베트남 스러웠다.

내가 아는 몇 마디 베트남어 중 "신깜언"-고맙습니다-이라고 했더니 함박웃음을 지으면 "고마워요."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주방으로 가더니 뭔가를 더 가져왔다. 김, 계란프라이, 찐 밤 등을 식탁에 놓으면서 나의 아들 어깨를 쓰다듬으며 "너무 얄바요. 마니 먹어요." 말하고는 반찬을 아들 앞으로 옮겨 준다. '그래, 저 여인도 고향에 두고 온 아들이 있구나' 생각이 들자 마음이 짠해졌다.

그녀는 왔다 갔다 하면서 나의 아들에게 다시 한번 "너무 얄바요. 마니 먹어요." 하고는 여기에 덧붙여 "옷을 더 이버요, 추어요"라고 한다. '얼죽아'를 선호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아직은 모르는 모양이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데, 그녀가 따라와서는 나의 아들 손에 귤을 몇 개 쥐어주면서 또 "너무 얄바요. 마니 먹어요.", "옷을 더 이버요, 추어요" 당부의 말을 하고는 손을 흔들며 웃는다.


'세상의 부모 마음은 모두 같다'는 말이 평범하지만 진리다. 그녀의 웃음만큼 그녀의 앞날이 밝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이 나의 아들과 함께 나날이 굵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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