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사는 리소스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

사람을 더 뽑아도 바쁜 이유

by 민은퇴

리소스 부족의 착각

대부분의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보고 중 하나가 “리소스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우리 업계에서 개발 부서는 그 빈도가 더 높다. 여유가 있는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채용 후에도 리소스 부족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채용 전보다 더 부족해 보이기까지 한다.


더 흥미로운 현상은 조직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나타난다.

리소스 부족과 잉여 자원이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현상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리 인력을 추가로 채용해도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부족과 잉여가 공존하는’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회사가 개발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채용을 단행했다.

그러나 개발팀원들과 1on1 미팅을 진행해 보면, 실무자들의 업무 과중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는 피드백이 돌아온다.

오히려 업무가 늘어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마 많은 회사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


표면적 원인 vs. 근본 원인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표면적인 현상과 실제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

표면적인 현상은 단순하다. 리소스에 비해 너무 많은 태스크를 처리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MM 규모의 회사라면 보통 최소 25~30MM의 태스크를 처리하고 있다.

리소스 부족으로 인한 개발 일정 차질을 막기 위해 추가 채용을 한다고 하자.

대략 5MM를 감당할 인력을 채용했다고 가정하면, 이론적으로는 기존 25~30MM 태스크에서

늘어난 5MM를 감안해 할당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다.

“리소스가 늘었다”는 이유로 태스크의 총량을 오히려 늘려 최소 35~40MM를 할당하는 것이다.

결국 실무자는 여전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추가 채용의 효과는 체감되지 않는다.


이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라나 클릭업에는 없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머릿속에는 이미 100MM, 1,000MM에 달하는 방대한 태스크가 대기하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세상의 모든 태스크가 백로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당장의 가용 리소스는 한정적이기에, 매번 현재 규모에 최소 5~10MM를 더한 분량만을 어쩔 수 없이 할당하게 된다.

따라서 현재 가용 자원에 맞는 태스크만 할당하면 리소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 역시 근본 원인은 아니기에 해결되지 않는다.


---


리소스 부족의 착시와 근본 원인

실제 근본 원인은, 세상의 모든 태스크가 백로그에 쌓이는 구조 자체다.

이는 지금 회사의 현 단계와 규모에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핵심 미션이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더 나아가,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순위도 부재하다.


즉,

1.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2. 이 단계에서 그 문제의 핵심 고객은 누구인가?

3. 현재 우리에게 허용된 가용 자원 내에서, 유의미하게 처리 가능한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야만, 조직은 한정된 리소스를 가장 효과적인 곳에 집중시킬 수 있다.

심지어 추가 채용이 필요 없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러한 정의 없이는 모든 것이 ‘해야 할 일’로 보이고, 결국 우선순위 없는 태스크의 홍수 속에서

리소스 부족과 잉여가 공존하는 구조에 빠지게 된다.


---


‘욕심’과 ‘교만’의 함정

여기에서 갈래가 나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와 고객이 명확한 기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다.


먼저 전자의 경우, 명확한 미션과 고객 정의를 갖추고 있음에도 동일한 메커니즘에 빠진다면 이유는 ‘욕심’과 ‘교만’이다.


‘욕심’이라고 부르는 경우는, 회사가 실제로 마켓핏에 맞는 미션을 완벽히 알고 있지만 역량이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문제정의를 제대로 했지만 자금력 부족이나 실제 채용이 적시에 되지 않아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소스 배치를 적기에 하지 못하고, 결국 현재 인력을 갈아 넣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욕심’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금까지 성공한 기업 중, 처음부터 미션을 완벽히 정의하고 그대로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은 시장 변화에 맞춰 방향을 수정하며 성장했다.


‘교만’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런 기업은 MVP, PMF 단계에서 앞서 말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운 좋게도 찍은 답이 맞아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덕분에 지표가 잘 나왔고, 투자까지 이어진 것이다.

‘찍은 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후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다.

성장 단계에 들어서면서도 문제 정의에 대한 검증조차 없이, 또다시 찍은 답을 정답이라 믿고

그 ‘해답’부터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공 방정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소 뒷걸음질에 잡힌 쥐처럼 우연히 맞아떨어진 결과에 불과하다.


---


성장 단계에서 붕괴 시작

그런 기업은 처음에 어느 정도 레벨까지는 성장을 잘하지만,

시리즈 B 정도가 되면 무너지기 시작한다.

혹은 시리즈 A에서 크게 펀딩을 받으면 더 빨리 무너진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으로 명확히 정의한 미션을 우리 역량에 맞춰서 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이 지원되는 만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금력과 역량은 철저히 별개의 요소다.

역량이 안 되는 회사의 막대한 투자금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


부작용의 무한 루프

해결해야 할 과제와 고객이 명확하지 않은 후자의 경우, 비즈니스 관련 지표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허영 지표마저 의미 없는 수준일 때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션을 알고 있다”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나오지 않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든 손을 대는 상황에 빠져 있다.

마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끝없이 약을 처방하는’ 경우와 같다.


예를 들어,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처방받았다고 하자.

이뇨제는 혈압을 낮추지만, 체내 칼륨을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칼륨 보충제를 처방한다.

그런데 고용량 칼륨은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위산 억제제를 함께 쓰게 된다.

위산 억제제는 장기 복용 시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 위험을 높이는데,

이로 인해 칼슘제를 추가 처방한다.

하지만 칼슘제는 변비를 유발해, 다시 변비약을 쓰게 되는 식이다.

이렇게 처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순환 고리는,

결국 초기 고혈압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조직 운영에서도 이와 동일한 패턴이 발생한다.

“이 지표를 만들기 위해 이 태스크를 하고, 이 태스크를 하기 위해 또 다른 태스크를 한다”는 식으로

무한 과제가 꼬리를 문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애초에 우리가 무엇을 위해 모였는지조차 잊게 된다.


---


결론

회사는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역량으로 반드시 풀어야 하는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고, 그 문제에만 집중할 때 생존이 가능하고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단순하다.

지금 우리가 가진 가용 자원으로 해결할 수 있고, 고객에게 반드시 필요한 문제여야 한다.

이 전제가 충족된다면 리소스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부족한 것은 리소스가 아니라,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와 그 문제를 고객 관점에서 풀어내겠다는 기본적인 시장에 대한 전략적이며 겸손한 에티튜드다.


작가의 이전글외부 미팅은 가짜 바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