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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May 26. 2021

울타리

나의 삶이 가사가 된다면

나는 울타리야 

아주 높고 튼튼해 보이지만,

어느새 낮아지고 약해질지모를.

언제까지 내 안쪽에 머물지 몰라도

네가  넘어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바람 정도는 막아줄 수 있길.


나는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나는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나는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나는 울타리야

나는 울타리야


둥글게 둘러있는 그 어느 곳도

문은 없을 거야 내 울타리는

준비가 되진 않은 너는

나를 넘지 못하고

나를 넘을 준비가 되면

어디든 네 맘대로 갈 수 있는


나는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나는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나는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나는 울타리야

나는 울타리야


내 높이가 낮아지는 시간이

너에겐 너무 느리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네 키가 자라는 시간이

나에게 너무 빠르게 느껴지는 건

내가 울타리 울타리라서


나는 좀 더 담아두고 싶지만

너는 자꾸 까치발을 들겠지만

나도 울타리를 넘어 울타리가 되어

까치발도 그 동동거림도

알아


난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난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난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난 울타리야

난 울타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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