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울타리야
아주 높고 튼튼해 보이지만,
어느새 낮아지고 약해질지모를.
언제까지 내 안쪽에 머물지 몰라도
네가 나 넘어 세상으로 나갈 때까지
바람 정도는 막아줄 수 있길.
나는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나는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나는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나는 울타리야
나는 울타리야
둥글게 둘러있는 그 어느 곳도
문은 없을 거야 내 울타리는
준비가 되진 않은 너는
나를 넘지 못하고
나를 넘을 준비가 되면
어디든 네 맘대로 갈 수 있는
나는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나는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나는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나는 울타리야
나는 울타리야
내 높이가 낮아지는 시간이
너에겐 너무 느리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네 키가 자라는 시간이
나에게 너무 빠르게 느껴지는 건
내가 울타리 울타리라서
나는 좀 더 담아두고 싶지만
너는 자꾸 까치발을 들겠지만
나도 울타리를 넘어 울타리가 되어
그 까치발도 그 동동거림도
알아
난 울타리야
네가 언젠가는 넘어갈
난 울타리야
네 세상을 담아두는
난 울타리야
네 뒷모습이 더 익숙해질
난 울타리야
난 울타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