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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종 Sep 18. 2022

손흥민의 헤트트릭, 내덕이다

역시 내가 안 봐야 해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딱 2가지를 말할 수 있다. 글쓰기와 축구 보기. 예전에는  농구를 정말 좋아했었고, 혼자 여행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것, 실내 암벽등반이나 볼링을 좋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저 두 가지다.

 글 쓰는 것은 어느새 두 번째 직업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내가 취미로 즐기는 것은 축구 보기다. 원래는 A매치 경기를 보는 것만 좋아했는데,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토트넘의 팬이 되었고, 올해는 이강인 선수가 뛰고 있는 마르요카의 경기도 보는 편이다.


 아쉬운 건 원래는 해외축구도 무료 중계도 많이 해줬었는데, 이제는 케이블 TV에서도 유료채널이 되었다. 그런데 어차피 TV가 없는 우리 집은 중계 어플 서비스를 가입하는 수밖에 없기에 유난히 경기가 많은 이달은 가입 해택을 받아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가 응원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골이 터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 되는 순간도  함께했던 내 입장에서는 그 첫 골을 보고 싶어서 8경기를 모두 라이브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오랜 침묵 때문인지,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는 교체 멤버로 벤치에 앉아있었고, 후반에는 분명히 나올 것 같았지만, 1시 반에 시작하는 경기에 2시 반이 넘어서 등장할 것 같은 손흥민 선수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헤트트릭을 했다고 했다.


참나. 하하하하


 나만 있는 징크스는 아닐 것이다. 응원하는 팀이 꼭 내가 보면 지고, 내가 안 보면 이기는 일들. 나는 일어나자마자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면서, 분명히 이 경기는 내덕이라고 생각했다. 쭉 보다가 한 번을 안 보니까. 이렇게 대승을 하니 말이다. 어쩌면 콘테 감독이 내가 중계를 안 보게 하려고 손흥민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뺐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렇게 농담을 하는 이유는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드디어 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온 것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이고, 그의 첫 골 세리머니에서 아무 말 없이 덩그러니 서있던 모습이 짠하고, 기억에 남아서이다.


저는 제 능력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은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헤트트릭 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온다. 잘 되던 일들이 안 풀리고, 운도 피해 가는 시기들. 그러면 내가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주변에서 나를 걱정하는 시선이 나를 더 누르기도 한다. 난 그 시기를 정말 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내 능력을 의심하고 불안해해도, 스스로는 믿어야 한다. 결국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니까.


 나는 글을 쓰다 보면 귀신이 들린 것처럼, 스토리나 문장이 쏟아져 나올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스스로 나는 천재였나 미친 착각을 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몇 주나 스토리가 안 풀려서 답답한 시기도 온다. 그럴 때는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결국 시간이 약이고, 더 근사한  마무리가 된다.


의심하지 말자.

내가 한 노력과 경험을.

그리고 내 능력과 가치를. 

족하다고 느낀다면,

 더 노력할 수 있는 스로의 의라도

 심하지 말자.


의심하는 순간, 나의 폼은 더 떨어지고, 수렁은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설사 의심을 하게 되면 나의 과거를 다시 봐라. 우린 어떻게든 이 자리에 왔다.

지금은 비록 누군가에게 밀려 선발 출전을 못하는, 교체 멤버라도 우리는 분명히 후반전만으로도 충분히 짜릿한 헤트트릭을 할 수 있는 선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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