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에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주차자리가 있다. 아파트 현관이랑은 가깝지만 기둥 때문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차를 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요즘 차를 자주 쓰지도 않고,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서 현관과 가까운 것이 더 좋아서 그 자리를 좋아한다. 심지어 조금 늦게 들어와도 항상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 몇 달은 거의 내차가 고정적으로 주차를 하는 곳 같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곳에 트럭 한 대가 주차를 했다. 그리고 여간해서는 그 자리가 비질 않았다. 마음이 참 이상했다. 뭔가 내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고, 주차장만 가면 그 자리를 먼저 살피곤 했다.
"아 뭐야. 내 자린데..."
문득 아내에게 투덜대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다. 누가 그 자리에 댄다고 해도 난 불평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자리가 없는 것에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내 것인 것은 없다. 학교도 회사도 내 자리나 역할도 감사하게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마치 유원지의 주차장처럼 아무리 돌아도 내 자리가 안 보일 때도 있고, 기가 막히게 들어가자마자 앞차가 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언젠가 장모님을 모시고 시내에 나갔는데, 금방 주차 자리가 났다. 그것도 우리가 용무가 있는 그 건물 앞에.
"착하게 사니까. 주차자리도 생기네."
그저 큰사위를 아끼시는 마음에 하신 말씀이겠지만, 왠지 한동안 주차를 할 때마다 생각났다. 이렇게 수많은 우연으로 이어지는 삶에 내게 주어진 것들을 좀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