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새로 온 팀원과 지방근무에 대한 미팅을 했었다. 현재 우리 팀에서는 지방에서 근무해야 할 일이 생겼고, 근무하고 있는 팀원들 중에 최근에 입사한 직원들 중에 대상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나와 대화를 나눈 직원은 내가 면접을 볼 때부터 지방근무를 해야 할지도 모르니 괜찮은지에 대한 동의를 구한 상태였고, 당연히 파견근무에 대한 부분은 내가 굳이 사전에 다시 동의를 구하거나 의사를 물어볼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다만, 나 역시도 사전 정보 없던 발령에 당황해본 기억이 있고, 그 친구의 경우 내년에 결혼을 한다는 말을 먼저 들은 상태여서 되도록이면 결혼 전에 미리 다녀와서 신혼은 함께 보내게 하고 싶은 마음에 순서를 조정해주기 위해 미팅을 진행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그 직원이 동의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참 많은 부정적 시그널을 나에게 보내왔다. 면접 때와는 다른 태도와 표정, 게다가 그 사이 누군가에게 듣게 된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한 오해,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나에게는 솔직하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만, 나 역시 그 위치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봤기에 갑작스러운 파견근무가 절대 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고는 있었다. 게다가 대화의 과정이 어떠했던지 간에 결과적으로는 합의를 도출했고, 그 안에서의 많은 여지들도 남겨놓았기에 그 이후의 그 팀원과 나와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의 막내 작은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을 직원에게 하게 되었다.
" 우리 작은 아버지가 OOO 씨가 있었던 그 그룹의 OOO사 CEO로 계시다가 작년 연말에 퇴직하셨는데,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
"내가 직장생활을 해보니 본인의 권리를 우선시하는 사람보다는 본인의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더 오래가고 성공하더라"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OO 씨는 본인의 의무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주고, 나는 팀장으로서 OO 씨가 받을 수 있는 최선의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그렇겠지? 그런데 만약 그 그림이 반대가 되어서 OO 씨는 자신의 권리만을 챙기기 위해 나에게 어필을 하고, 나는 OO 씨가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거야 말로 최악의 상황인 것 같아. 비록 나와 얼마 일하지 않았지만, 나를 좀 믿고 의무에 최선을 다해주면, OO의 권리는 내가 놓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도록 할게 "
나의 이 말이 먹힌 건지, 아니면 내 앞에서만 이해한 척했는지 모르지만 이 말 이후에 우리의 대화를 좋은 분위기로 잘 정리가 되었고,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그 팀원과 미팅을 하고 나와서 나는 내가 한 말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지금 팀이나 유관부서에서 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우선시하거나 영역에 대한 방어본능이 센 사람들이었고, 반대로 내가 항상 고마워해 주고 조금이라도 챙겨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결국 묵묵하게 본인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본인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라"
어떻게 보면 이 마인드는 요즘 직원들에게는 너무나도 꼰대 같은 말이다. 결국은
"뭐라 뭐라 시끄럽고 우선은 네 일이나 잘해라"
이 말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이나 위치나 참 애매한 위치에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나이와 경력이 있고, 그렇다고 예전 선배들이 보기에는 젊은것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요즘 사람들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권리에 대한 부분들을 강력하게 요구하다가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말은 분명히 공감이 된다. 그 이유는 아무리 자신의 삶과 권리를 중요시하는 젊은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들의 바운더리 안에서 분명히 "재수 없는 동료"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말 요즘 회사에 들어오는 젊은 신입직원들을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자기주장과 권리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고,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당연히 여겨지던 관습적인 희생이나 추가적인 업무에 대해 강력하게 거부하거나 익명게시판을 활용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을 듣다 보면(어쩌다 보니 그들 사이의 소문들을 청취할 수 있는 루트가 생겼다) 그 안에서도 너무 자기 손해를 보기 싫어하거나 칼같이 스스로의 업무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욕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대화중의 특징은 그래도 자신의 업무만이라도 완벽하게 하는 사람들은 재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자신의 권리는 칼같이 요구하면서 자신의 업무에는 실수가 많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어김없이 안 좋은 소문의 중심에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권리가 먼저냐? 의무가 먼저냐?"의 질문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비교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닭과 달걀의 경우 어떤 것이 먼저 존재했는가? 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지만,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는 순서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은 월급을 선불로 주지 않는다. 즉, 직장인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들은 기본적으로 그들의 의무가 충실했을 때는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그 의무라는 것이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워서 누군가는 회사에 나와 일을 하고 있는 물리적인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시간은 당연한 것이며 그 시간 안에 창출해야 하는 업무 생산성을 이야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는 근무시간에 자리에 잘 있었으니 나머지 모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고, 다른 이는 자리에 앉아만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의 성과를 내야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느 회사나 존재하는 일정 비율의 월급루팡들을 만날 때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욕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그들의 역할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월급루팡들은 그래도 자리는 잘 지키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나의 권리를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자신의 의무에도 충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 글을 쓰고 나서 "국민 꼰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내 글의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나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내가 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도, 내가 더 많이 챙겨주고 싶은 사람도, 어쩌면 나와 더 오래 일하게 될 사람도 본의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사람보다는 본인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해주는 사람일 것이라는 것이다.
내가 초두에 썼던 말은 내가 지난번에 작은아버지에 대한 글을 쓴 것을 공유해드렸더니 보너스처럼 던져주신 조언이다. ( 지난번 " 상대방을 조금 미안하게 만들어라"라는 글이 조회수가 높아져서 작은아버지에게 자랑삼아 공유해드렸더니 턱 하니 답변을 보내주신 것이다.) 어쩌면 작은아버지는 그 자리에 가시기까지 수많은 권리를 포기하고 희생하며 올랐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해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말은 모두에게 통용되는 조언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업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사회인에게 자신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아무리 꼰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 자신의 의무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자! 의무를 다하는 것이 나의 존재의 이유이자 나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무도 모를 것 같아도 지나고 보니 다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누가 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지, 누가 더 자신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그러니 혹시 묵묵히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