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니 온 천지가 감자밭이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강원도 감자밭에 직접 가지 않아도 농산물 시장에서부터 동네 마트, 심지어 아파트 장날 노점까지 온통 감자가 점령하고 있다.
감자와 고구마 둘 다 구황작물이지만 어른들은 이상하게도 감자를 더 좋아하셨다. 어린 내 눈에는 아무렇게나 생긴 것 같은데 안에는 달콤한 꿀이 들어있는 듯한 고구마가 훨씬 더 신기했다. 평생 둘 중 하나만 먹고살아야 한다면 나는 당연히 고구마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점차 달달구리 간식꾸러기들이 싫어지는 나이가 되니 이젠 당연히 감자가 더 좋다.
심심하면서도 포실하고, 포근하면서도 든든한, 게다가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감자야말로 구황작물의 황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게다가 고구마는 반찬으로 해 먹기는 좀 그렇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이나 국, 또는 반찬등 주식이 달다는 것은 용납 못해서 그런지 (이건 서양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간식으로 밖에 먹을 일이 없다. 그에 반해 감자는 밥에도 넣어먹고, 국도 끓이고, 반찬으로도 만들고 간식으로도 아주 훌륭하다.
둥글둥글 까무잡잡, 흙까지 묻히고 있는 사랑스러운 감자를 보고 있자면 엉뚱하게도 우리 아들이 생각난다.
남편은 잘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평타는 친다고 생각해서 사실 2세에 대해 약간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D-day!
전날에 입원해서 12시간이 넘는 산고 끝에 태어난 아들!
휠체어를 타고 분만실에서 나오는데 간호사가 내 아기라며 강보에 싼 아들을 내 품에 안겨주었다.
"이거 제 아들 맞나요?" (혹시 아이가 바뀌었나 싶었다! 진심으로!)
(손목 이름표를 확인하고) "네 000님 아기 맞아요"
간호사가 어이없다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아기를 안겨주는데...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못생긴 아기는 처음 본다.
(놀라운 사실은 남편을 비롯한 친정아버지, 엄마, 언니들까지 동의했다!!!)
그렇게 찌그러진 감자처럼 생긴 내 아들은 유난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누가 봐도 못생겼는데,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뭐랄까 굉장히 난해한 얼굴이었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들은 다행히 얼굴이 많이 좋아졌고, 성격도 무난하고 소탈해서 여전히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못생겼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감자처럼, 우리 아들도 튀지는 않아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든든한 감자 같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