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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권조 Apr 17. 2024

부산 가는 길 : 준비

다른 말로 발굴 1일 차

스페인어 교양 수업에서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알게 되고서, 어째 걷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여유가 있을 때 국내를 사흘, 나흘씩 다니다가 큰 마음을 먹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을 계획했다.


앞선 말에 오류가 있긴 하다. 본래 치밀함이 부족한 사람인지라 제대로 된 계획은 없었다. '부산에 금정산성이라는 것이 있다는데 가서 보고 싶어라' 하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오늘이 되기까지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다만 8년 전의 일이니, 여행기를 쓴다기보다 발굴이나 연구, 창작을 한다는 말이 더욱 어울리겠다.


다행스럽게도 사진 454장과 영상 322개를 확보했는데, 파일명조차 바꾸지 않아 촬영한 날짜와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출

여행 하루 전에 짐을 정리했다. 바로 정리할 것도 아니면서 이런 사진은 왜 찍었는지 모를 일이다.


도보 여행에 있어 경량화는 꽤 중요한 요소다. 생각보다 우리 무릎은 튼튼하지 않고, 가벼운 물건에도 어깨는 쓸린다.


동작을 최소화하는 구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걷던 중에 멈춰서 배낭을 벗고 다시 메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지친 상태로 갓길에서 마음 편히 할 동작은 되지 못한다. 그렇기에 가슴 앞으로 당길 수 있는 메인 가방, 홀스터처럼 허벅지에 차는 보조 가방 그리고 언제든 손이 닿는 낚시 조끼를 준비했다.


여기에 우비, 보온 담요, 과산화수소수, 손수건, 손전등, 모자에 부착할 수 있는 플래시, 맥가이버 칼, 보조 배터리, 칫솔, 모자, 장갑을 챙겼다. 지갑형 핸드폰 케이스는 간편 결제가 일상화되지 않은 시대상을 보여주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물론, 사진을 보면서도 '저건 뭘까, 챙긴 걸까?' 하는 것이 있기는 하다. 도대체 '월리를 찾아라'의 월리 캐릭터가 그려진 저 물건은 무엇일까?


여하간 여행 준비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첫 여행은 도로지도책에 의지해 다녀야 했는데 무려 인터-넷 지도를 보면서 다닐 수 있었기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다만, 낡은 핸드폰이 충전기 없이는 2~3시간도 버티지 못한 점은 새로운 어려움이었다.


그렇다. 지도책을 챙겼어야 했다.




출발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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