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동그란 것, 사과를 닮은
디스플레이 장치 또는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화상과 음성은 문자로 치환할 수 있는 '값'을 지닌다. 이렇듯, 기호를 활용하는 기록은 글과 마찬가지로 읽고 쓰는 대상이 된다.
그리고 글쓰기, 녹음, 촬영 등이 공통적으로 갖추는 성질은 세상사 대부분이 그렇듯, 취사선택이다. 굳이 글쓰기를 골라 얘기하자면 토마토를 두고 우리는 '토마토', '동그란 것', '사과를 닮은', '언니의 흉터 같은', '물컹물컹한' 따위에서 침묵 또는 1개 이상의 표현을 선택하여 출력하고 그 외의 것을 모두 버린다.
그러므로 글쓰기 능력은 쉼표 없이 미사여구를 쓰는 일보다는 남길 것과 버릴 것을 고르는 데에 있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