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형을 대신해주지 않았다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어느 계절이었는지, 날씨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느꼈던 공기, 내 마음속에 퍼졌던 이상한 고요함은
지금도 아주 또렷하다.
문득, 나는 그날 처음으로 '형이 진짜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형이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진짜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무도 형처럼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아무도 형이 하던 장난을 대신하지 않았다.
밥 먹자는 말도, 웃으면서 툭 건네던 말도,
이제는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걸 그날 알았다.
나는 그날, 괜찮은 척하려고 애썼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나를 걱정하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멀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라는 말은 입에 붙었고,
형 이야기가 나올까 봐 일부러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텅 빈 방과 아무도 없는 소파와,
형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은 전화기 목록을 보는 순간,
나는 그날 처음으로 진짜 울었다.
형이 진짜 없구나.
이제 정말 다시는 없구나.
그 사실은 너무 조용하게,
그리고 너무 깊게 나를 무너뜨렸다.
누군가를 그렇게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고,
그리움이 이렇게 조용하게 사람을 잠식할 줄도 몰랐다.
형은 내게 세상에서 제일 '당연한 사람'이었다.
늘 거기 있을 줄 알았고,
내가 먼저 떠나는 쪽일 거라고도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 없이 믿고 있었던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당연했던 건,
항상 옆에 있던 게 아니라,
항상 옆에 있어준 사람이었다는 걸.
형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던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더 조용해졌고, 더 예민해졌고,
그리고 더 자주 하늘을 보게 되었다.
혹시 형이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낸 걸 알고 있을까,
그런 쓸데없는 질문들을 매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이후로 나는 매일 조금씩 형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던 것 같다.
어설프고 서툴렀지만,
형이 없는 세상에서도 나는 살아야 했기에.
형이 없다는 걸 처음 알았던 날.
그날의 나는 약했고, 무너졌고,
하지만 동시에, 조금씩 나를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매일,
형의 이름을 마음속에서 조용히 다시 불렀다.
다시는 대답 없는 그 이름을,
내가 살아 있는 한 잊지 않기 위해.